“감독님 품고 뛰었건만” 고개 떨군 LG 이병규·봉중근
김도엽 객원기자
입력 2014.04.25 09:38
수정 2014.04.25 09:39
입력 2014.04.25 09:38
수정 2014.04.25 09:39
김기태 감독 복귀 염원하며 헬멧에 번호 새겨
혼신의 힘 다한 경기, 끝내 역전패 진한 아쉬움
LG 트윈스 선수들은 ‘큰형님’ 김기태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가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24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앞둔 LG 선수들의 모습에선 웃음이 사라졌다. 전날 김기태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팀을 떠났기 때문.
전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믿었던 선수들은 경기 후 ‘자진 사퇴’로 상황이 바뀌자 크게 당황해했다. 일부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평소 김기태 감독을 믿고 따랐던 선수들은 충격이 컸다.
24일 경기를 앞둔 선수들은 그야말로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특히 ‘적토마’ 이병규를 비롯해 손주인, 봉중근, 이상열, 오지환 등은 모자와 헬멧에 김기태 감독의 91번을 새겼다.
아직 사표 수리가 되지 않았다는 구단 측의 말대로 김기태 감독의 복귀를 가슴 깊이 염원했다. 또 스승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예우의 뜻이 함께 서려 있었다.
특히 최고참 이병규는 이번 일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감독 사퇴 이유로 고참 선수들과의 갈등설이 불거졌기 때문. 이병규가 지목됐다.
하지만 이병규는 물론, 동료 선수들도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이병규는 팀이 연패에 빠지자 가장 먼저 삭발투혼을 감행하며 선수들을 이끌었다. 누구보다 구단을 먼저 생각하는 이병규이기에 김기태 감독의 신뢰도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태 감독이 자신을 생각하고 예우해주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할 법했다.
하지만 경기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치열한 난타전 끝에 8회초 오지환의 적시타로 8-7 역전에 성공했지만, 9회말 봉중근이 경기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만루 위기에서 통한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내준 것. 결국 LG는 10회말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8-9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이병규는 5타수 1안타로 제 몫을 해내지 못했고, 봉중근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김기태 감독을 향한 미안한 마음이 더욱 깊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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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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