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당까지...'남재준 경질론' 청와대 "머리 아파"

김지영 기자
입력 2014.03.12 10:53
수정 2014.03.12 11:21

박 대통령 선(先)수사 후(後)문책 방침에도 여당내 해임 요구 높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와 남재준 원장에 대한 경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도 남 원장 책임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선 사태의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혀서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사 결과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며 책임자 문책의 여지도 열어놨다.

쟁점은 어느 선까지 책임을 지우느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가장 난감한 문제로 국정원 사태를 지적하면서도 남 원장의 경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말을 아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 원장 경질론과 관련된 질문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의 신속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어 남 원장 경질론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 대한 국정원의 증거조작이 의혹에서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경질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이 문제가 국정원장이 대충 ‘송구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국정원장이 본인 스스로 거취를 잘 판단해서 대통령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결정하기를 바란다”며 남 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전날 이재오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 국정원장은 댓글문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문제 등 정치적인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이제야말로 국정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라고 본다. 증거 위조로 간첩을 만드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 최고 중진이자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정몽준 의원도 복수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사실 확인이 되는 대로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며 “(나는) 남북정상담 회의록 공개 파문 때도 (국정원장 사퇴를)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경질할 경우, 정권과 여당에 불어닥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먼저 사태의 책임을 지고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가 물러난다면 사태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증거조작이 윗선의 지시로 이뤄진 조직적 일탈임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공안정국을 조장하기 위해 정보기관을 악용했다는 이미지가 정부 여당에 덧씌워져 6월 지방선거 패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 남 원장(25기)을 비롯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27기), 김관진 국방부 장관(28기),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28기) 등 소위 대장 4인방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육사 인사라인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정원 주요간부 선에서 문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무자 문책에 그칠 경우 자칫 ‘꼬리 자르기’라는 인식이 확산돼 상황을 악화할 수 있고, 반대로 남 원장을 경질한다면 특검, 개혁, 인사 등 국정원을 둘러싼 야권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과 미흡한 사후조치로 초래될 역효과 등을 고려할 때, 실제 남 원장이 경질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엄중 수사를 촉구한 것을 보면 남 원장의 거취까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해임 사유가 충분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의 해임으로 이 사안을 정면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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