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재공연, 관건은 배우…뮤지컬 ‘영웅’
이한철 기자
입력 2014.01.20 18:19
수정 2014.01.22 00:29
입력 2014.01.20 18:19
수정 2014.01.22 00:29
7번째 공연, 탄탄한 짜임새-웅장한 음악 ‘강한 울림’
JK김동욱-강태을-김승대 ‘서로 다른 안중근’
최근 중국 하얼빈 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하자 한중일 삼국 언론이 떠들썩하다.
한국과 중국은 “안중근은 동양 평화의 창시자”라며 기념관 개관을 반기고 있지만, 일본은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일본의 초대 총리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를 기리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는 망언으로 외교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서울에선 안중근이 이토를 암살하고 사형에 처하기까지의 과정을 숨 가쁘게 그린 뮤지컬 ‘영웅’이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지난 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 ‘영웅’은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이다.
작품성에 대한 검증은 이미 수차례 공연을 통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6관왕, 제16회 한국 뮤지컬 시상식 6관왕 등의 수상 경력이 이 작품의 명성을 말해준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뮤지컬이다.
작품은 시작부터 비장하고 웅장한 사운드로 객석을 휘어잡는다. 자작나무 숲에서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며 부르는 ‘단지동맹’의 강렬함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공연은 안중근과 그 동지들의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와 용기, 그리고 그들이 겪어야 했던 사랑, 두려움, 아픔, 고뇌 등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무대 또한 명성 그대로다. 영상과 흔들리는 철골 구조물을 활용한 절묘한 공간 표현과 추격 장면 덕분에 작품의 리듬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세트와 배우들의 안무의 어우러짐은 이 작품의 자랑거리다. 영상으로 표현되던 기차가 순식간에 실물 세트로 변하는 장면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한국 뮤지컬의 축적된 노하우가 가장 잘 구현된 장면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음악이다. 귓가에 맴도는 중독성 강한 음악은 회전문 관객들을 만들어내고, 이는 명작 뮤지컬이 오랜 시간 쉼 없이 공연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런 점에서 ‘영웅’은 한 번 잡은 관객들을 다시 끌어당기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큰일을 치르려 결심을 하는 ‘단지동맹’ ‘영웅’ ‘그날을 기약하며’ 등의 중독성은 엄청나다. 2막 후반부 ‘누가 죄인인가’ 또한 한국 뮤지컬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명장면이다.
검증된 작품인 만큼, 관건은 배우다. JK김동욱이 이 작품을 통해 2004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이후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JK김동욱은 안정적인 가창력과 특유의 저음을 바탕으로 기존 배우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안중근을 그렸다. 하지만 목숨마저 버릴 만큼 강렬했던 안중근의 결기와 조국애를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특히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누가 죄인인가’가 지나치게 밋밋하게 그려져 아쉬움을 남겼다.
강태을은 뛰어난 연기로 안중근의 고뇌와 열정을 잘 그려낸다. 손짓과 힘찬 걸음걸이는 당당하고 의연한 안중근의 모습을, 깊은 눈빛에서 나오는 진중하고 애절한 연기는 안중근의 심리 상태를 잘 담아냈다. 정성화와 함께 이 작품을 대표하는 안중근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JK김동욱, 강태을과 함께 김승대가 안중근 역을 번갈아가며 연기하며, 이토 역에는 김도형과 이희정, 설희 역에는 이해리(다비치)와 오진영이 출연한다.
한편, ‘영웅’은 지난해에 이어 파격적인 티켓 가격 정책을 이어갔다. 최고가석인 영웅석이 7만원, 동지석이 5만원, 독립군석이 3만원으로 대형 라이선스 작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티켓 가격을 상식적인 수준으로 끌어내려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제작사의 의중이 담겨 있다.
하지만, 미리 녹음된 오케스트라 음악을 사용한 것은 못내 아쉽다. 제작비용 절감이라는 대의명분을 고려한다 해도 소극장이 아닌, 그것도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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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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