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현대전 익히며 '진화'하는 북한군
입력 2025.01.21 00:40
수정 2025.01.21 00:40
우크라 당국자 "北, 실수서 교훈 얻어"
드론전 등 현대전 경험한 생존 북한군
북한 돌아가 군사교관 역할 맡을 수도
지난해 10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많은 희생을 감수한 끝에 현대전에 적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드론 등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입어 '총알받이'라는 평가를 받던 북한군이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2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 부국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보도된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처음에는 눈 덮인 들판을 가로질러 대규모 집단으로 진군했다"면서도 "실수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다음 집단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군 피해 규모를 사망 300여 명, 부상 2700여 명 등 사상자 3000여 명 이상으로 추산한 바 있다.
특히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현대전에 대한 북한군의 이해 부족'을 꼽았다.
실제로 국정원이 전투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군은 원거리에서 무의미한 드론 조준 사격을 감행하며 후방 화력 지원 없이 돌격 전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북한군이 "드론 환경에서 새로운 전술과 싸우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며 "살아남은 사람은 군사교관으로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의 '정신 무장'을 주목하기도 했다. 일부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히지 않기 위해 자폭하는 모습을 보였고, 북한군으로부터 회수한 아이패드에 담긴 각종 선전물 내용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군 병사 1명이 우크라이나군에 포획될 위기에 놓이자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수류탄을 꺼내 자폭을 시도하다 사살됐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북한 병력은 열정적이고 이념적으로 동기를 부여받았다"며 "사망한 북한군에게서 회수한 아이패드에는 67GB(기가바이트)의 선전물이 들어 있었다. 자료를 살펴본 동료는 두 시간 뒤 '(선전물 내용상) 북한은 세계 최고의 국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장교인 비탈리 오브차렌코는 일부 북한군이 "체계적이고 훌륭한 명사수"라며 "러시아인들은 드론을 보면 숨는다. 북한 병력은 드론을 격추하려고 한다. 그들은 보병·비행기·전차가 결합한 합동전을 이해한다. 이 같은 역량들이 미래 한반도 전쟁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이 현대전을 연구하고 있고, 자국민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북한은 값싸게 전쟁 경험을 얻고 이를 인도·태평양 지역에 재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당분간 대러시아 추가 무기 지원 및 파병을 통한 군사적·경제적 반대급부 확보에 매진하면서 올해 상반기 김정은의 방러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