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터기근 시대’ 더 빛나는 조성민 존재감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1.09 10:58
수정 2014.01.09 11:04
입력 2014.01.09 10:58
수정 2014.01.09 11:04
정교한 슈팅-전술수행능력-강심장 3박자 갖춰
LG전서 라이벌 문태종에 완승..1등 슈터 자리매김
한때 한국농구의 중심은 슈터였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볼을 잡으면 팀 동료와 팬들에게는 무언가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상대팀에게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긴장감을 안겨주는 승부사들이 팀마다 한 명씩은 있었다. 이충희, 조성원, 문경은, 추승균, 허재, 김병철, 우지원, 방성윤 등은 '클러치타임'에서는 외국인 선수 이상의 비중을 지니던 스타급 슈터들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농구에 제대로 된 슈터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3점슛을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지금도 많지만 공을 잡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긴장감을 주는 슈터는 많지 않다.
이제는 완벽한 오픈찬스에서 슛을 꾸준히 성공시키기만 해도 수준급 슈터로 평가받는다. 국제대회에서 한국농구가 슈터 부재가 고민거리가 된 것도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조성민(31·부산 KT)은 한국농구에 몇 남지 않은 정통슈터의 계보를 잇는 선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어느덧 한국농구의 대표슈터로 자리 잡은 조성민은 올 시즌 농구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하며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조성민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소평가 받는 선수였다. 문경은이나 우지원, 조성원 같은 일급 슈터들의 전성기가 남긴 아우라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스피드나 기술에서 그리 특출나지 않은 조성민은 시대를 잘 만난 선수 정도로 평가된 것도 사실이다. 한국농구가 슈터기근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동시대에 비교대상이 될 만한 라이벌이 없다는 것도 오히려 조성민의 평가하는데 마이너스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 조성민의 플레이에서는 과거 한국농구를 풍미했던 일급 슈터들로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승부사의 느낌이 묻어난다. 위치를 가리지 않는 정교한 슈팅, 완벽한 전술수행능력, 승부처에서의 강심장은 올 시즌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는 평가다.
KT를 상대로하는 팀들에게는 이제 조성민을 어떻게 막느냐는 것이 수비 전술의 핵심이 된다. 결정적인 승부처나 위기의 상황에서 조성민이 볼을 잡는 것만으로 지켜보는 팬들은 기대를 걸거나 혹은 애가 탄다.
8일 창원에서 열린 LG전은 조성민의 해결사 본능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경기였다. 조성민은 이날 2점차로 뒤진 종료 3초전 사이드라인 오른쪽에서 극적인 3점슛에 이어 추가자유투까지 얻어내는 드라마틱한 '4점 플레이'를 뽑아내며 짜릿한 87-85 역전승을 일궈냈다. 사실상 버저비터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KT는 종료 9초를 남기고 김시래에게 역전 레이업에 이은 추가 자유투까지 허용하며 패색이 짙었다. 2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까지 5반칙을 당했다.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어 연장에 간다고 해도 이길 확률이 낮은 상황. 전창진 KT 감독은 대담하게 조성민을 이용한 3점슛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만큼 조성민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성민은 커티스 위더스의 스크린을 이용해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공간을 만들어냈다. 뒤이어 전태풍의 예리한 패스가 조성민의 손끝으로 연결됐다. LG 박래훈이 다급하게 조성민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이미 볼은 림을 향해 떠난 뒤였다. 벤치의 작전과 동료들의 움직임, 조성민의 배짱과 정확성이 맞아떨어진 팀워크의 승리였다.
조성민에게 경쟁자이자 큰 산으로 꼽히는 문태종이 있는 LG를 상대로 보여준 한 방이기에 더욱 값진 의미가 있었다. 조성민과 문태종은 KBL 최고슈터를 놓고 쌍벽을 이루는 존재다. 조성민은 허재 감독이 이끌었던 2011년 아시아선수권 당시 문태종에 밀려 벤치멤버로 전락했던 아픔이 있다. 문태종은 전자랜드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조성민의 KT와 클러치타임에서 각각 3점슛을 주고받는 공방전 끝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경험이 있다.
이날 문태종은 12점에 그쳤고 4쿼터에는 무득점에 그친 반면, 조성민은 이날 팀 내 최다인 26점을 올렸다. 특히 후반에만 23점을 몰아넣는 결정력으로 문태종과의 슈터 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뒀다.
조성민은 올 시즌 평균득점 15.7점으로 전체 6위, 국내 선수 중에서는 1위에 올라있다. 47.5%(65-137)의 성공률도 전체 2위다. 전력상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KT가 올 시즌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건 조성민의 존재감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제는 어느덧 명품슈터다운 품격을 갖춰가고 있는 조성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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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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