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망신살' 퍼거슨 탓? 모예스 무능력??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1.09 08:42
수정 2014.03.05 10:13

몇 년째 이어오던 무패기록마저 연일 깨져

리빌딩 못한 퍼거슨 탓? 악조건에도 우승 결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는 악몽 같은 시즌이다.

FA컵 64강 탈락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7위에 머물며 우승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캐피털원컵에서도 기성용 소속팀 선덜랜드와의 1차전에서 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우승은 언감생심이다.

맨유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자연스레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성적이 나쁜 것도 문제지만 퍼거슨 전 감독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불명예 기록을 거푸 세워 모예스 감독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FA컵에서 스완지에 구단 역사상 첫 패배를 당한 것을 비롯해 웨스트브롬, 토트넘, 뉴캐슬 등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40년 이상 이어오던 홈 무패 기록들이 연이어 깨졌다. 올 시즌 맨유는 리그 순위가 높은 상위권팀들과의 맞대결에서는 1승2무4패에 그치고 있다. 강팀에 맥을 못 추고 약팀을 상대로도 종종 어이없이 덜미를 잡히는 전형적인 중위권클럽의 행보다.

설상가상, 모예스 감독을 더욱 굴욕적인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은 지난 시즌까지 지휘봉을 잡았던 에버턴이 모예스 감독이 떠난 이후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에버턴은 현재 승점38로 맨유보다 4점이나 앞서있다. 에버턴 주축 선수 출신으로 2750만 파운드(약 475억 원)를 주고 데려온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는 맨유 이적 이후 이렇다 할 활약을 나타내지 못하며 모예스 감독과 함께 ‘먹튀’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일부에서는 모예스 감독의 조기경질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복귀설, 도르트문트 위르겐 클롭 감독의 영입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선더랜드와의 캐피털원컵 2차전 결과와 1월 이적시장에서의 전력보강 여부가 모예스 감독 거취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모예스호 위기를 두고 여러 분석도 나온다. 모예스 감독의 자질과 경험 부족이 맨유를 망치고 있다는 비판론이 득세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퍼거슨 전 감독의 책임론도 조심스럽게 거론한다. 퍼거슨 전 감독이 재임시절 리빌딩에 소홀했던 후유증이 모예스 감독 체제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것.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퍼거슨 감독이 모예스에게 ‘대권’을 물려줄 당시 세대교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수비진의 노쇠화와 대형 중앙 미드필더 부재에 대한 우려는 이미 개막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그러한 전력으로 우승을 이끌어냈다. 몇 년 전부터 첼시-맨시티 등 부자구단들 자금력에 밀려 맨유가 영입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노장인 라이언 긱스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이나 폴 스콜스의 임시복귀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었지만 고육책이었다.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은 적재적소의 용병술을 통해 한정된 전력으로 강팀들을 상대로 승점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모예스 감독도 에버턴 시절 나름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지금의 맨유 스쿼드는 모예스가 구성한 전력이 아닌 데다 맨유라는 클럽의 기대치도 중위권 에버턴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재 맨유의 스쿼드에서 지금 당장 다른 빅클럽에 가도 주전 자리를 보장받을 만한 스타는 웨인 루니와 로빈 판 페르시, 마이클 캐릭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은 지난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름이적시장에서 맨유는 제대로 된 전력보강을 하지 못했다. 이적설이 나돌던 루니의 잔류와 펠라이니 영입 정도가 고작이다. 첼시-맨시티-아스날 등 모든 상위권팀들이 확실한 전력보강을 통해 상향평준화가 이뤄진 EPL에서 맨유의 게으른 행보는 어쩔 수 없이 경쟁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예스 체제의 한계는 퍼거슨 감독의 아우라가 너무나도 강하게 남아있는 맨유에서 자신의 색깔에 맞춰 팀을 꾸릴 시간적 여유 없이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맨유 감독직을 수락할 당시부터 감당할 운명이었다면, 모예스 감독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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