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오리온스 4:4 트레이드…윈윈가능성 확인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1.06 09:56
수정 2014.01.06 10:02
입력 2014.01.06 09:56
수정 2014.01.06 10:02
첫 맞대결 KT 승리..전태풍 활약 쏠쏠
오리온스도 하루 뒤 장재석 활약 속 선두권 LG 잡아
부산 KT와 고양 오리온스는 지난 4일 4:4 대형트레이드(2013.12.18) 이후 첫 맞대결을 펼쳤다.
KT는 지난 4일 부산 사직체육관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오리온스와의 홈경기에서 78-69 승리했다. 오리온스에서 이적해온 전태풍이 KT 유니폼을 입고 10점 9어시스트로 종횡무진 맹활약,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전태풍은 경기 후 "트레이드가 잘됐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날 경기에 나선 자세가 남달랐음을 숨기지 않았다. 공공연하게 알려졌다시피 전태풍과 오리온스의 궁합은 맞지 않았다. 출전시간과 역할문제를 둘러싸고 추일승 감독과의 관계도 썩 원만하지 못했다.
4:4 트레이드가 단행됐을 때도 가장 팬들의 시선을 모은 것은 전태풍과 추일승 감독의 미묘한 관계였다. 일부 팬들은 추일승 감독이 전태풍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며 KT로 보낸 것을 자충수라고 우려했다.
전태풍은 KT로 이적하자마자 전창진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으며 훨씬 자유로운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오리온스전은 전태풍이 여전히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듯한 경기였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하루 뒤 5일 고양실내체육관서 선두권에 있는 창원LG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추일승 감독은 이날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고 임종일, 조효현, 최진수 등 그간 출전시간이 많지 않았던 선수들을 중용하며 의외의 완승을 거뒀다.
추일승 감독은 KT전을 복기하며 "수비에서 무너진 경기"라고 진단했다. KT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주전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기동력이 좋고 활동량을 갖춘 선수들을 투입, LG를 스피드와 체력전으로 압도했다.
모처럼 뛰는 농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KT전 패배의 뼈아픈 충격이 선수단 내부에 각성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LG전에서 오리온스가 얻은 최대 수확은 역시 잊힌 1순위 장재석이다. 4:4 트레이드가 처음 단행될 때만해도 장재석은 전태풍과 리처드슨 등 주전급 선수들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트레이드 전까지 오리온스에서 쏠쏠한 활약을 하던 김승원의 공백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오리온스에서 전태풍이 그러했듯, 장재석은 KT시절 유독 경기가 풀리지 않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오리온스 이적 후 대학 시절 보여준 위용을 점차 재현하고 있다. 장재석은 이날 33분을 소화하며 앤서니 리처드슨(20점)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5점를 기록했다. 골밑싸움에서 LG보다 열세로 평가받았던 오리온스는 장재석이 기대이상으로 잘 버틴 덕에 대어를 낚았다.
오리온스의 반격은 4:4 트레이드 이후 손익계산서를 둘러싼 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T도 오리온스도 서로 변화가 절실하던 시점에 트레이드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전태풍-장재석 같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으며 부활한 것은 트레이드가 왜 필요한지 보여줬다. 윈윈 가능성도 확인한 주말라운드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