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60'에 담을 수 없는 김연아 쇼트 역작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1.05 09:29
수정 2014.01.05 20:24

피겨종합선수권서 무결점 연기로 비공인 세계최고득점

점프 전 예술성도 유지..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김연아는 가산점 제약이 없다면 지금보다 더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 연합뉴스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된 모나리자가 ‘지구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는 것만으로도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모나리자 표정은 보는 각도에 따라 혹은 저마다 다른 인간의 감성에 따라 수천가지 표정으로 해석된다.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혼이 깃든 정교한 예술품이기 때문에 ‘숫자’로 환산할 수도 없다.

‘피겨퀸’ 김연아(24)의 역작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점수로 김연아 작품성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정교한 기술과 영혼을 울리는 예술은 관객에게 전율과 기발한 착상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숫자를 초월한 김연아의 80점대 돌파 비공인 세계신기록이 놀랍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연아 작품이 정당히 평가받았다면 진작 넘었어야 하는 숫자다.

김연아는 4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80.60점을 기록하는 역대 최고점을 경신했다. 기술점수(TES) 42.23점, 예술점수(PCS) 38.37점을 기록,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세운 78.50점보다 2.10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공인 최고득점이다. 5일 프리스케이팅.

일부 일본 피겨팬들은 “김연아의 혼이 깃든 역작엔 이견 없지만, 점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 안방 홈그라운드 배경이 작용한 세계신기록”이라고 폄훼했다. 하지만 매 순간 신들린 열연을 펼친 김연아에겐 80점도 모자라다. 등수를 매겨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숫자로 환산했을 뿐이다.

김연아는 가산점 제약이 없다면 지금보다 더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구 채점은 6점 만점이 한계지만, 객관성을 내세운 신 채점은 숫자 한계를 둬선 안 된다. 피겨역사 통틀어 가장 영감 넘치는 슈퍼스타 김연아에 대한 평가라면 더욱 그렇다.

김연아 연기는 과정도 다채롭고 멋지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무기를 총동원한다. 한마디로 폼 나는 퍼펙트 클리어의 연속이다. 구체적으로 김연아는 점프하기 직전까지 현란한 스텝과 복잡한 전신 안무 등 수 가지 연기를 삽입한다. 반면, 아사다 마오와 뚝따미 쉐바 등은 점프 실행 전 오직 도약력 확보를 위한 점프 예열에만 집중한다.

따라서 경쟁자와 차별화된 김연아가 시도하는 모든 기술에는 지금보다 보너스를 더 줘야 한다. 이번 전국대회 3회전 연속점프(이하3-3)는 기본점수 10.1에 가산점 2.01을 받았다. 경이적인 비거리, 비디오테이프를 2배 돌린 듯 속도감, 꽉 찬 회전, 강렬한 눈빛 안무 등을 반영한다면 가산점 2.01로는 채우기 어렵다.

유나 카멜 스핀도 마찬가지다. 이번 대회 레벨4를 받아 기본점수 3.2에 가산점 1.19점을 받았다. 이것도 짜다. 유나스핀은 명칭 그대로 현역 가운데 김연아만이 소화 가능하기 때문이다. 허리를 완전히 젖힌 채 한쪽 다리는 구부리고 시선은 하늘로 중심축 흔들림 없이 돈다.

외신은 이런 김연아를 두고 “경쟁자와 다른 4차원에서 노는 불세출 독보적 피겨여제”로 묘사한다. 천부적 역량, 영감을 준 혼신의 열연에 비하면 오히려 저평가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겨 역사상 최초 80점대를 넘은 사실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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