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낭패' KIA, 용병 마무리 고집 '왜'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3.12.16 15:31
수정 2013.12.16 15:56
입력 2013.12.16 15:31
수정 2013.12.16 15:56
외국인 마무리 성공사례 전무 ‘앤서니 실패’
토종 자원도 없고 ‘지키는 야구’ 핵심이 마무리

올 시즌 8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KIA 타이거즈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에 성공했다.
우완 정통파로 알려진 하이로 어센시오(30)가 그 주인공. 어센시오는 전형적인 불펜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 43경기(1승2패 평균자책점 5.34)에 등판한 경력이 있지만 선발보다는 마무리 보직에 익숙하다. 2007년 이후에는 선발로 등판한 기록이 없다. 마이너리그에서만 119세이브를 수확했다.
KIA가 어센시오를 영입한 이유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목적은 분명하다. 오랜 고질병인 뒷문 안정이다. KIA 선동열 감독은 일찌감치 외국인 엔트리의 한 자리를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KIA는 지난 시즌에도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앤서니는 시즌 초반에는 비교적 순항하는 듯했지만 갈수록 불안한 투구내용으로 끝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20세이브를 기록하고도 평균자책점이 4.50에 이르렀고, 블론세이브도 전반기에만 4개나 저지른 것에서 보듯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한국야구에서 외국인 마무리의 성공사례는 드물다. 한 시즌 정도 괜찮은 성적을 올린다고 해도 장수하는 경우는 더욱 찾기 어렵다. LG 리즈나 KIA 앤서니 같은 경우는 선발로 무난하게 활약하다가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 도리어 낭패를 본 케이스다. 그나마 리즈는 선발로 복귀하며 예전의 기량을 회복했지만 앤서니는 퇴출의 수순을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이 다시 한 번 외국인 마무리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현재 KIA 불펜 토종투수 중에서도 믿을만한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로 야심차게 영입했던 송은범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에는 마무리뿐만 아니라 필승조 전체가 흔들리며 불펜이 무너졌다. KIA의 지난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하위권이었다.
현재 프로야구는 비단 KIA뿐만이 아니라 검증된 마무리 투수가 품귀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한신)이 최근 일본으로 진출한데 이어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은 LG(봉중근)외 넥센(손승락)이 고작이다.
KIA의 마무리 고민은 벌써 몇 년째 계속된 고질병에 가깝다.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 유동훈이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오랜 시간 활약한 마무리는 없었다. KIA가 다음 시즌 외국인 엔트리 활용의 제약을 감수하고도 외국인 마무리를 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센시오가 앤서니와 다른 점은 이미 검증받은 전문 마무리투수 출신이라는 점이다. 앤서니는 선발로 활약하다가 팀 사정에 따라 스프링캠프에서 갑자기 보직을 전환하며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어센시오는 한국무대는 처음이지만 보직 문제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선동열 감독은 어센시오의 영입을 시작으로 다음 시즌 불펜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두산 계투진에서 활약하던 김태영 영입에 이어 곽정철도 군복무를 마치고 다음 시즌부터 가세한다. 송은범, 박경태, 심동섭도 다음 시즌 필승조에 포함되기 위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원래 선동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는 강한 불펜을 바탕으로 하는 ‘지키는 야구’였다. 이것을 위해서는 마무리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KIA에서 2년간 기대보다 훨씬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유로 바로 불펜의 붕괴다. 다음 시즌 명예회복을 노리는 선 감독과 KIA의 핵심은 역시 불펜 재건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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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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