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EU 대북정책 =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입력 2013.11.08 20:39
수정 2013.11.08 20:46
한·EU 정상회담 및 협정 서명식, 유럽 순방 마무리 하고 한국행
유럽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오전(현지 시각)마지막 방문지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헤르만 반 롬퓌이 EU상임의장, 조제 마누엘 두라옹 바호주 EU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 및 오찬을 갖고 양측간 전략적 동반자관계의 발전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한반도 등 지역정세 평가에서 박 대통령은 EU가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힘쓰면서 동시에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기여를 한 것에 높게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강온전략을 병행하는 EU의 ‘비판적 대북관여정책’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도 공통점이 많다”며 “북한의 핵 포기와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EU가 지속적으로 적극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동북아 역내 국가간 긴밀한 경제적 상호의존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적으로 갈등에 직면해 있는 ‘아시아 패러독스’ 해소를 위해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EU가 이와 관련, 내년에 한국과 공동세미나를 개최키로 하는 등 적극 협력하고 있는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에 EU 정상들은 북한 핵의 불용 및 북한 핵 지위 불허용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남북한간 신뢰를 구축해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차원의 역내 대화와 신뢰구축 구상에 대해서도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 안보분야 협력과 관련, EU가 주요 지역의 분쟁예방 및 평화유지 등 위기관리 활동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음을 평가하고 이 분야에서 양측간 협력 증진을 위해 추진중인 ‘위기관리활동 기본참여 협정’의 조기서명을 기대했다.
공동선언, 한·EU FTA 완전한 이행 촉구 명시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정치·안보, 경제·통상, 과학·기술, 문화·교육 등 제반 분야에서 양측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방안, 평화유지 활동, 사이버안보 등 글로벌 이슈에 있어서의 협력방안 등을 골자로 한 ‘한·EU 수교 5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특히 공동선언은 2년 전 발효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양국간 협력을 견인하는 원동력으로 평가하면서 ‘완전한 이행 촉구’를 명시했다.
공동선언은 “우리는 공통 가치와 원칙, 그리고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난 경험을 공유하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우리는 양측 국민과 지구촌의 더 큰 행복 증진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기쁜 마음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주면서 양측간 협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돼왔다”며 “양측간 협력의 범위는 계속 확대돼 왔으며 우리는 FTA의 완전한 이행을 통해 양측간 교역과 투자를 계속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분야의 협력과 관련, 양측은 “특히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한 기준과 정책을 비롯한 ICT, 나노기술, 에너지 분야에서의 주요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공동연구와 혁신협력을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측은 1963년 수교이래 지난 50년간 교역규모를 1천억 달러로 확대하고 아시아국가 중 최초로 2010년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하는 등 우호관계를 심화해왔다”며 “이제는 공존공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성숙한 동반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롬퓌이 상임의장은 “그간 양자차원을 넘어 지역과 다자 차원으로 확대, 발전해온 양측간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양측이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양측 관계 발전의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한·EU 차관급 산업정책 대화 신설
창조경제와 산업정책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위한 성과들도 상당수 쏟아졌다.
우선 2014년부터 ‘한·EU 차관급 산업정책 대화’'가 신설, 운영된다. 또한 우리나라와 EU는 올 7월1일 크로아티아가 EU 회원국으로 신규 가입함에 따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대상에 크로아티아도 포함시키는 내용의 협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양측은 EU 신규 가입국인 크로아티아산(産) 상품에 대해서도 FTA특혜관세를 가입시점인 7월1일부로 소급 적용하고, 크로아티아의 서비스 시장도 추가 개방하는 내용을 담은 ‘한·EU FTA’ 개정안에 가서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한·EU 양자 간엔 현행 FTA 내용 가운데 원산지 기준과 통관절차, 상호인증 관련 사항 등에 대한 일부 개정 작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또한 양측 정상은 회담에서 한국의 ‘창조경제’ 정책과 EU의 신성장 전략 ‘유럽2020’의 3대 목표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성장(Smart Growth)’의 지향점이 유사하다는 판단 아래 모범사례 발굴과 상호 벤치마크를 통해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모색하기로 했다.
EU의 ‘유럽2020’ 전략은 지식과 혁신에 기반을 둔 스마트 성장, 자원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지속가능한 성장, 고용창출 및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EU 양측은 우리나라 미래창조과학부와 EU 산하 연구지원기관인 유럽연구이사회(ERC) 간에 ‘한·EU 우수연구자 교류 이행 약정’을 맺고 상호 연구자 교류를 통해 기초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날 브뤼셀 현지에선 양자 간 연구·혁신협력을 체계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치된 ‘한·EU 연구혁신센터(Korea-EU Research & Innovation Center)’가 개소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양측은 또 바이오·에너지·나노·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프로그램과 EU의 연구·개발 프로젝트 ‘호라이즌(Horizon) 2020’ 프로그램 간 협력을 통해 공동연구를 강화하는 내용의 ‘한·EU 플래그십 프로그램(Flagship Programme)’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한·EU 양측은 한·EU 문화협력위를 신설, 오는 12월 초 그 첫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양자 간 문화산업 협력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한·EU 단독정상회담, 한·EU 확대정상회담, 협정 서명식 및 공동기자회견, 한·EU 정상 오찬을 마지막으로 지난 2일부터 7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