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통진당 이상규에게 "복지는 따라하는것 아냐"
이충재 기자
입력 2013.10.22 23:19
수정 2013.10.22 23:25
입력 2013.10.22 23:19
수정 2013.10.22 23:25
<안행위 국감 종합>서울시 '무상보육' '진주시 유등축제 모방' 논란
“이건 제가 드리는 의견인데, 서면으로 답변하세요.”
2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시 행정구역개편’을 제안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 ‘새누리당 좌장’으로 자리한 5선(選)의 이 의원은 박 시장에게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서울시 지론’을 설명했다. 박 시장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등 비판의 날을 세우지 않았고, 다른 여당 의원들도 상대적으로 칼날이 무뎠다.
'무상보육' '진주시 유등축제 모방'논란 도마 올라
박원순시정 가운데 이날 국감에서 도마에 오른 사안은 ‘무상보육’, ‘진주시 유등축제 모방’논란 등이다.
우선 무상보육 예산 문제와 관련,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90%에 가까운데 국고보조금 지원을 같이 늘려달라는 것은 지역갈등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재정자립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국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박덕흠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의 체납세금이 5231억원이나 되는데, 이를 잘 걷으면 무상보육 예산도 메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박 시장에게 무상보육 논란과 관련 해명기회를 줬고, 박 시장은 “무상보육은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회에서 의결하면서 내려온 정책”이라고 정부쪽에 화살을 돌렸다. 박 시장은 이어 “현재 8:2인 국고 보조율로는 무상보육예산을 감내하기 어렵다. 6:4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진주시의 유등축제 모방 논란과 관련, 서울시를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에 빗대며 “지역과 상생해야 할 서울시의 그릇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라고 지적했다.
박성효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시가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진주시의 등축제를 모방하는 것이 수도 서울의 모습이 아니다”고 했고, 같은당 김영주 의원은 “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등축제는 폐지해야한다”고 했다.
박남춘 민주당 의원은 “통계로 말해야 하는데, 진주시의 등축제 관람객수가 서울시 등축제 후에 크게 줄어든 것이 아니었다”며 “진주까지 내려가서 축제를 즐기기 어려운 서울시민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직접 등축제 사진자료를 들어 보이며 “모방한 것이 아니다”며 “서울시가 지역과 상호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다른 지방도시를 돕고 상생해야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고 했다.
자기소개 발언도 '후끈'…"향수의 고장" "근로자 중심 도시" "쌀과 도자기 고장"
이날 국감에선 여야 의원들의 ‘자기소개’발언이 이어져 이목이 쏠렸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를 소개하는 짧은 ‘홍보멘트’를 한 뒤 질의를 시작하는 게 일종의 관례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상징과 특산물 등을 설명하는 한편 ‘질의 방향’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서민의 정이 듬뿍 묻어나는 서울 관악을 이상규”라고 소개했다. 이 의원은 이어 박 시장에게 서민정책, 노동정책에 대한 공약 이행여부 등을 확인하며 “박 시장이 서민과 복지에 대한 공약을 선동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잘 하셨다”고 추켜세웠다.
박 시장은 이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박 시장의 복지공약을 유사하게 가져갔다”고 하자 “오해가 있을까봐, 복지공약은 누가 누구를 따라갔다가 아니라 시대의 큰 흐름”이라고 말했다.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향수의 고장 충북 보은,옥천,영동군 박덕흠이다. 향기가 나는 향수(香水)가 아니라 고향의 향수(鄕愁)”라고 했다.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근로자 중심도시 창원 성산구”라고 했고, 같은당 유승우 의원은 “쌀과 도자기의 고장 경기 이천시”라고 소개했다.
민주당 '박원순 도우미' 자처 "'강풍질문' 끝나고, 이제 '햇볕 질문' 시간"
문희상 민주당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한 여당의 지적이 이어진 후에 질의를 시작하며 “‘강풍 질문’ 끝나고, 이제 ‘햇볕 질문’ 시간”이라며 박 시장의 도우미로 나섰다.
문 의원은 정부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무상보육 예산지원 문제와 관련, “영유아보육은 여야의 문제가 아니고 보편적 복지의 문제”라며 “당연히 중앙정부가 예산을 100% 지원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박 시장의에게 힘을 실어줬다.
같은당 김현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이후 서울시 채무 1조 2천억원 감소’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박 시장 취임 후 서울시 부채가 9000억원 증가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해명자료 성격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02년 6조 8882억원이던 서울시 채무는 전시행정의 달인 오세훈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 3배 가까운 19조 9873억원으로 폭증했고, 박 시장 당선 이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며 “이명박, 오세훈 두 전임시장이 파탄 낸 서울시 재정,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 채무는 2012년말 기준으로 전년대비 550억원 증가했지만, 이는 당초 채무증가 예상액인 6157억원의 12%에 불과한 것”이라며 “두 전임시장이 파탄 낸 서울시 재정을 조금씩 정상화시키고 있는 박 시장의 시정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시민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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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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