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파업 손실 2조 "차라리 개성공단이 낫겠다"
박영국 기자
입력 2013.08.26 11:26
수정 2013.08.26 11:47
입력 2013.08.26 11:26
수정 2013.08.26 11:47
개성공단 대비 근로자 임금 50배, 가동중단 손실액 7배
네티즌들 비난 폭주 "귀족노조도 실직의 쓴맛 봐야"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노동조합의 특근 거부와 파업으로 입은 생산손실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대차 노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라는 소리는 흔한 얘기가 됐고, 이제는 개성공단이 차라리 낫겠다는 충고까지 나온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노조의 파업 및 특근 거부로 인한 매출 손실은 2조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주간 2교대제 관련 휴일특근 거부로 인한 손실이 8만3000여대, 금액으로는 1조7000억원에 달했고, 최근 임단협 결렬 이후 20~21일 하루 4시간 부분파업과, 23일 8시간 조업중단, 24일 휴일특근 거부 등으로 1만5625대, 금액으로는 3203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26일에도 8시간의 파업이 진행됨에 따라 약 8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며,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파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뜩이나 현대차 노조가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에 무리한 요구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여론이 냉담해진 상황에서 파업에 따른 손실 금액까지 알려지자 노조를 향한 비난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회망서비스(SNS)나 기사 댓글에서 ‘현대차는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라’거나, ‘귀족노조에게 실직의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식의 글을 보는 것은 이제 너무도 흔한 일이 됐다. 현대차 노조를 옹호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평소 노사관련 분쟁이 있을 때마다 사측의 잘못을 질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던 것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급기야는 트위터에 ‘현대차 노조와 함께 개성으로 다 옮기면 어떤가?’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진지하게 계산기를 두들겨 가며 손익을 계산해 도출한 의견은 아니지만, 현대차가 강성노조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생산차질 리스크가 개성공단이 안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못지않다는 상징성을 내포한 것이다.
실제, 지난 4일 통일부가 발표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우리 기업 123개사의 영업손실액을 모두 합한 금액이 3000억원 규모로, 현대차의 올해 파업 손실액 2조원의 7분의 1 수준이었다.
물론, 현대차와 같은 대규모 사업장이 개성공단과 같이 4개월씩 가동이 중단되면 파장은 더 크겠지만, 국민들에게 체감되는 현대차 파업 파장은 개성공단의 그것 못지않다는 얘기다.
리스크 측면이 아닌, 임금 수준 측면에서 비교하면 현대차 국내 공장과 개성공단의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2012년 기준 현대차 근로자 평균 연봉은 9400만원에 달하지만,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은 월평균 140달러(약 16만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190만원 수준이다. 무려 50배에 달하는 차이다.
사실, 경제적 측면에서나 안보적 측면에서 ‘현대차의 개성공단 입주’가 현실화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최근 현대차 파업이 개성공단과 얽혀 언급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 여론이 현대차 노조에 얼마나 냉담한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이같은 여론의 흐름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26일에는 부분파업과 함께 노조 현장의원 및 대의원들이 공장 밖으로 나와 대시민 선전물을 배포하는 장외 투쟁 일정을 계획해 놓고 있지만, 이미 파업의 당위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선전물 배포만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파업 사태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지금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예전엔 그나마 노조의 패가 좋았기 때문에 도박의 승자가 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며, “여론이 노조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사측이 쉽게 ‘다이(Die, 도박에서 베팅을 포기하고 패배를 선언하는 용어)’를 외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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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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