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파업에…"미국으로 모십니다"
입력 2013.08.23 11:13
수정 2013.08.23 11:17
조지아주지사 정몽구 회담 면담…10월에는 앨라배마주지사도 방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노조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 주정부에서는 현대·기아차 공장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23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네이선 딜 미국 조지아주지사는 지난 21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찾아 면담했다.
딜 주지사와 정 회장 사이에서 오간 대화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딜 주지사가 ‘조지아주에 현대·기아차 공장을 증설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아주지사 뿐만이 아니다. 오는 10월에는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주지사도 방한해 정 회장과 면담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지사와 앨라배마주지사가 현대차그룹 회장을 찾아와 할 얘기는 뻔하다. 이들 지역은 기아차와 현대차의 미국 완성차공장이 위치한 지역이다.
현대차는 2005년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연간 생산량 30만대 규모의 현대차 공장을 지었고, 기아차는 2009년에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같은 규모의 공장을 건설했다.
만일 경남도지사나 전북도지사가 방미해 GM 본사를 찾았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한국지엠 창원공장이나 군산공장에 대한 얘기를 화두로 삼는 게 당연하다.
최근 미국 남부 지역에 자동차 생산 벨트 구축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앨라배마주나 조지아주 입장에서는 이미 자신의 지역에 들어와 있는 기업이 우선적인 투자유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딜 주지사가 정확히 파업 시기에 맞춰 방한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지난해 파업과 올 상반기 특근거부 등에 따른 생산차질로 현대·기아차가 해외 물량 확대를 통해 수출물량 부족을 충당했다는 사실까지 모를 리 없다.
실제, 현대·기아차 미국 현지 공장들은 최근 3교대 풀가동 체제로 돌아가고 있음에도 물량이 부족해 증설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주정부들이 현대·기아차에 ‘구애’를 할 절호의 기회를 현대·기아차 노조가 만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노조 파업에 대해 해외 생산 물량을 늘려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로, 이번 미국 주정부들의 ‘구애’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공장 파업으로 해외 생산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아차 조지아주공장을 포함해 구체적인 증설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지난 20~21일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실시한 데 이어, 23일과 26일에는 하루 8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리며 사측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