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김한길 "사초유실, 검찰이든 특검이든"

조소영 기자
입력 2013.07.24 17:54
수정 2013.07.24 17:59

긴급 기자회견 "여야가 합의해 엄정한 수사 있으면 돼"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와 사초유실 연결 짓지 마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실 사건을 두고 “진상파악을 위해선 여야가 합의해 엄정한 수사가 있으면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검찰 조사든 민주당이 당초 힘을 실었던 특검이든 어떤 방식이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뒤 대화록 유실에 대해 △국가정보원(국정원) 국정조사 △검찰조사 △특검 중 어떤 것으로 진실규명을 하자는 것이냐는 질의에 “여야가 합의해서 (무엇이든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 또한 “(검찰이든 특검이든) 결론은 수사를 하자는 것”이라며 “수사의 시기나 방식과 같은 것들은 여야 간 협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검찰이든 수사든 (진실규명을 위해)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제 ‘NLL (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은 사실상 끝났다는 생각”이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려고 했다는 정부 여당의 억지 주장에 대해선 이미 국민 각자가 현명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NLL 논란을 보다 분명하게 매듭짓기 위해 국가기록원의 정상회담 회의록을 열람코자 했지만, ‘회의록 실종’이라는 황당한 상황을 맞고 말았다”며 “결과적으로 소모적인 정쟁을 연장시킨 한쪽에 민주당이 서있게 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아직 진상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나 특정인에게 회의록 실종의 책임을 묻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연일 우리당의 특정 의원과 계파를 지목하며 공격해 당내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런 식의 공격은 여야 간의 금도를 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책임이 있다면 국회에서 회의록 열람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당 대표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다른 누구를 탓하거나 책임을 미룰 생각이 없다. 모든 책임 논란도 당 대표인 내가 안고 가겠다. 당내에서 서로에게 돌 던지는 일, 정파적 행동이나 주장은 새누리당이 원하는 자중지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민 본부장은 이와 관련, “김 대표와 (특정 의원과 계파로 지목된) 문재인 의원은 현안과 관련해 항상 긴밀히 상의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상호 이견이 심하고, 감정 출돌이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국정원 국조와 사초유실 연결 짓지 마"…조경태 "별도 기자회견 할 것"

아울러 김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이날부터 기관보고에 들어간 국정원 국조에 집중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정원의 대화록 불법 공개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핵심들이 대화록을 불법 입수해 유세장에서 낭독한 의혹 등을 지적하면서 “이 모든 의혹에 대해 양당이 합의해 마련된 국회 차원의 국정원 대선 개입 국조의 장에서 진실을 규명하기로 하고, 민생을 살리는 일로 국민 앞에 당당히 경쟁하자”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국회는 철저한 국조로 총체적 국기문란에 대한 전모를 밝히고,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면서 “국조의 증인 및 참고인 선정은 양당이 요구하는 대상을 가능한 한 포함시키는 원칙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김 대표의 기자회견과 관련,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김 대표가 양당이 민생을 살리는 일로 국민 앞에 당당하게 경쟁하자고 한 말에 전적으로 찬성하는 바”라면서도 “하지만 김 대표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 대화록 실종 사건이 국정원 국조에서 다뤄져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국조는 이미 여야 합의 하에 조사의 대상과 범위를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사안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를 대화록 실종사건과 연결하는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 이는 또 하나의 정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정원 국조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정상회담 대화록 증발 등 이른바 ‘사초증발’과 관련해선 별도의 수사를 통해 하루 빨리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고, 민생을 돌보는 정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유 대변인은 “우리당 황우여 대표가 제시한 ‘NLL수호 공동선언’에 동참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의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대화록 유실 조사 방법과 관련, “당론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도부 대다수나 당의 의견이 ‘특검이 만능은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특검은 검찰조사가 미흡할 때 하는 것인데 아직 검찰조사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안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경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상 앞에 서 “오늘 대표의 내용은 매우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내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일각에서 문 의원이 지난 23일 유실 논란 등에 대해 내놓은 입장 표명이 미흡하다는 문제제기가 되는데 대해 “그 이야기를 묶어 내일 얘기할 것”이라며 기자회견 내용이 문 의원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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