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초조·환희' 류현진 긴박했던 협상일지
김민섭 객원기자
입력 2012.12.10 09:25
수정
입력 2012.12.1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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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포스팅 금액에 미국 건너가
계약 30초 전까지 결과 몰라 초조
한국 프로야구 소속 선수로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류현진(25)의 LA 다저스 입단 과정은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미국 현지언론은 10일 오전(한국시각) “한국인 좌완 투수 류현진의 다저스와 계약했다”면서 “계약기간 6년에 총 3,6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이라고 보도했다.
5년 이후에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요구할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도 이번 계약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3,600만 달러에는 계약금 500만 달러가 포함됐고, 매년 성적에 따른 보너스로 100만 달러를 더 받는 조항도 있다.
1994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를 시작으로 한국인 선수로는 13번째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기회를 잡은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선수가 됐다. 그만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경악-초조-환희..류현진 다저스까지
데뷔 7년차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 소속으로 시즌을 치르던 중 "메이저리그에 갔으면 좋겠다"며 ‘포스팅 시스템’ 의사를 피력했다.
팀 전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스 발언에 ‘탈꼴찌’를 꿈꾸던 한화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여론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한화 이글스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스팅 시스템을 받아들이겠다”며 지난달 2일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류현진의 간절한 바람대로 포스팅 시장에 나가긴 했지만 걸림돌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금액이었다. 한화와 류현진은 “합리적 몸값이 아니라면 미국행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합의까지 이뤄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략 1000만 달러를 예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10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전달됐다. LA 다저스가 무려 2573만7737달러(약 280억원)이라는 최고 입찰액으로 류현진 잡기에 나섰다는 것. 모두의 예상을 깨버린 순간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14일 연봉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류현진 대리인은 '슈퍼 에이전트'로 알려진 스콧 보라스. 하지만 계약기간을 놓고 얽힌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다저스는 “이대로라면 계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하기 위해 (윈터미팅 이후) 속도를 늦추며 류현진 측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에 보라스는 지난 5일 "류현진이 내년에 일본에서 뛸 수도 있다"며 반격을 가했다. 다저스 측의 장기계약 제안도 뿌리치고 오히려 단기계약을 제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양 측은 계약 기간에서 가장 큰 이견을 보였다. 다저스는 장기 계약을 원한 반면 보라스는 단기 계약을 제안했다. 류현진은 앞으로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도 류현진의 가치와 필요성은 인정했지만 선뜻 계약에 응하지 않았다.
마지막 고비는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히던 잭 그레인키(29)의 다저스행. 류현진과 다저스의 협상계약 만료일을 하루 앞둔 9일, 6년 총액 1억4500만 달러에 사인했다. 그레인키 영입 작업에서 철수한 것으로 알았던 류현진 측 입장에서는 자칫 협상 줄다리기에서 힘이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현지언론을 통해 “여전히 류현진 영입을 원하고 있다”며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마지막 날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결국, 류현진은 30초를 남겨놓고 합의하는 극적인 과정을 밟고 다저스 스타디움을 밟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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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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