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출이자 0.2%P 빠진다는데…은행 창구선 '글쎄'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2.16 07:21
수정 2025.12.16 07:48

이자 이익 감소분 상쇄하기 위해

우대금리 감소·수수료 확대 등

정책 엇박자가 낳은 '대출 절벽'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내년 6월부터 은행이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예금보험료나 지급준비금 같은 법적 비용을 끼워 넣는 관행이 금지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은행법 개정으로 대출 금리가 약 0.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 창구의 분위기는 차가운 모습이다. 표면적인 금리는 내려갈 수 있어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은 더 많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률에 따른 필수 비용을 대출금리 산정에 포함할 수 없도록 한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은행이 대출금리에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상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각종 보증기금 출연금을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현재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산출할 때 가산금리 항목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보증기금 출연금을 반영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자율규제인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르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정책보증제도의 수익자부담 원칙과 은행의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을 고려한 금리 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법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대출 금리가 약 0.2%p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표면적인 금리는 내려갈지 몰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비용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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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업계에서는 개정안에 따른 손실을 메울 방법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가산금리 항목에서 법적 비용을 뺄 수밖에 없다면, 대신 '우대금리'를 손보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빼는 식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가산금리가 0.2%p 내려가더라도, 은행이 급여 이체나 카드 실적 등에 따라 제공하던 우대금리 혜택을 그만큼 줄여버리면 최종 대출 금리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금융권 전문가는 "가산금리는 공시 대상이라 손대기 조심스럽지만, 우대금리는 영업점 재량이나 본부 정책으로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자가 줄어든 만큼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 송금 수수료, ATM 이용 수수료,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인상해 이자 이익 감소분을 상쇄하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가장 큰 문제로 이번 은행법 개정안이 금융당국의 정책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개정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자연스럽게 대출 수요가 몰리지만, 은행은 가계부채 규제 강화를 지키기 위해 대출 공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대출 문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표면적인 금리는 내려갈지 몰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총 비용은 그대로일 수 있다"며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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