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막차' 잡아라"…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 한 달 새 6조원↑
입력 2025.12.03 07:19
수정 2025.12.03 09:43
한 달 새 20조원 '뭉칫돈' 은행으로 유입돼
2%대에서 3%대로…예테크족 '골든타임'
전문가 "막차는 맞지만 장기적 관점 필요"
국내 주요 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이 한 달 새 6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 3%대 예·적금 상품에 '막차'를 타려는 고객들의 자금이 은행권으로 대거 쏠리면서다.
업계에서는 시장금리가 오르는 동시에 연말 자금 조달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71조9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 달간 감소세를 보이던 예금 잔액이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는 한 달 전인 10월 말 대비 6조4208억원 증가한 수치다.
고객이 은행에 맡긴 전체 자금을 의미하는 총수신 잔액 역시 지난달 말 기준 2168조9096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동안 17조7289억원 불었다.
한 달 만에 20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이들 은행으로 유입된 것이다.
이처럼 수신 잔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상은 높은 금리를 찾아 움직이는 예테크족의 움직임과 은행들의 적극적인 자금 유치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금리 인하기에 예금 상품 금리가 3%대를 되찾는 상황이다 보니,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안정적인 고금리 혜택을 확보하려는 고객들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지난 5월 연 2.75%에서 0.25%포인트 낮춘 이후 4연속 동결이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시장금리 역시 상승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 연말 은행 수신상품 금리가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재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초만 해도 2%대 중반에 머물렀던 5대 은행의 1년 만기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연말을 앞두고 3%대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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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준 5대 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최고 금리는 연 2.84%로 집계됐다.
일부 상품은 연 3.00%를 넘기도 했다.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의 우대금리 포함 최고금리는 연 3.10%,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과 'NH왈츠회전예금II'은 연 3.00%를 기록했다.
정기적금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정기적금 잔액 역시 지난달 말 기준 46조2948억원으로 전달 대비 5356억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 잔액도 한 달 새 6조3968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당장 큰 금액을 예치하기보다 시장 상황을 살피려는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 은행으로 집중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은행들이 제시하는 예·적금 금리가 단기적인 자금 확보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내년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새해부터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이 되면 대규모 만기가 도래하는 예·적금 물량이 많아진다"며 "상대적으로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목돈을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수요가 3%대 금리에 반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시적인 금리 인상은 연말 자금 확보의 성격이 강하다"며 "개개인의 자금 운용 계획에 맞춰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