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코스피 5000' 띄우는 사이…개미는 뿔나고 이춘석 리스크 겹쳤다 [정국 기상대]
입력 2025.08.07 00:05
수정 2025.08.07 00:06
"차명주식 의혹 신속 파악해 엄정 수사하라"
국정위 경제2분과장 맡아 AI 과제 총괄키도
휴가 중 긴급 메시지, 정치적 부담 인식한 듯
대주주 양도소득세 강화에 개인 투자자 반발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대대적 국정 과제로 제시했지만, 정부의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 방침에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여권 핵심 인사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까지 겹치면서 증시 정상화 구상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코스피 5000'은 단순한 주가 지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경제 질서 회복의 상징으로 읽힌다. 하지만 최근 여러 논란들이 맞물리며 정부의 증시 신뢰 회복 구상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을 자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논란과 관련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진상을 신속히 파악해 공평무사하게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 의원을 국정기획위원에서 즉시 해촉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휴가 중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대응 메시지를 낸 것으로, 사안의 파장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정치적 부담요인으로까지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논란과 관련해선 소속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의원을 수사해달라는 경찰 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해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전날에는 영등포경찰서를 비롯해 이날에는 서울경찰청에 자본시장법위반 등 고발사건이 접수됐다.
논란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의원이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촉발됐다. 주식창에는 네이버, 카카오페이, LG CNS 등 이재명 정부의 AI·디지털 정책과 맞닿아 있는 종목들이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AI 및 디지털 공약과 연결된 종목들뿐만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된 주가 거래 역시 이해충돌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2분과장은 AI와 과학기술정보통신 관련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자리다. 사진 속 계좌 주인이 이름은 '이춘석'이 아닌 보좌관 차모 씨였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증폭됐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비서실장직을 수행하기도 한 여권 핵심 인사다.
이 의원은 전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6시간 만에 자진 탈당을 결정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 의원이 '징계회피성'으로 탈당을 택한 것을 막기 위해 제명을 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정부의 세제 개편 방침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어, 정부로선 '코스피 5000' 지향과 엇박자라는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정부가 코스피 5000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증시를 옥죄고 있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는데, 이 방침이 '개미 투자자에 대한 세금 폭탄'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역풍을 불러왔다.
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강화하는 세제개편안에 반대하는 국민동의 청원은 이날 기준 14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은 지난달 31일 게재됐으며 이튿날에 이미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인 5만명을 넘었다. 청원인은 "가만히 놔두면 오르는 엔비디아와 국장에서 세금을 똑같이 낸다면, 누가 국장을 하겠느냐"라며 "미장이랑 국장이랑 세금이 같다면 어느 바보가 국장을 하느냐"라고 물었다.
또 "양도소득세는 대주주가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팔면 그만인, 회피 가능한 법안으로 그만큼 세금 회피용 물량이 나오게 되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논란이 촉발되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리감찰단에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이 의원이 진상조사 지시가 내려진 지 불과 6시간 만에 자진 탈당을 결정하자, 이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달성을 대대적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여권과 정부를 향한 투자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코스피 5000' 목표를 흔드는 여권 내 리스크를 부각하며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자본시장 윤리와 공정성 전반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송언석 위원장은 특히 "온갖 완장질과 이해충돌로 얼룩진 국정기획위원회를 즉각 해체하라"며 "이미 대통령 취임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감사원에서는 국정기획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즉각적인 직무감찰을 실시하기 바란다"고 공세를 펼쳤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 사건은 이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간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발언 했던 것을 소환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이제 대통령의 경고가 '말잔치'로 끝날지, 아니면 법과 원칙이 지켜질지 1400만 개미 투자자와 국민이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 강화로 주식시장 활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에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