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이재용', 삼성의 악착 승부욕 다시 깨웠다 [데스크 칼럼]
입력 2025.03.18 16:50
수정 2025.03.18 16:56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 훼손…새로운 도전도 찾아볼 수 없어"
'독한 삼성인'…9년 만의 임원 세미나서 강력 주문
삼성 '혁신DNA' 회복 전환점 됐으면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
삼성이 2016년 이후 9년 만 연 임원 세미나에서 줬다는 크리스탈 패의 문구다. 자신의 이름과 함께 새겨진 이 패를 받아 든 임원들의 느낌은 어땠을까. 그 공포, 그 결연함에 아마 다리가 휘청거렸을 것이다. 특히 '독한 삼성인'이라는 말엔 온몸에 전율이 일었을 게 틀림없다.
실제 이날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영상 메시지에서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TV·스마트폰·가전 등을 포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지적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 분야에서 (삼성의)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회장이 진단한 삼성의 위기는 이렇게 복합적이다.

그의 말처럼 삼성의 경쟁력은 여러 측면에서 하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중국 기업에, 반도체는 미국과 대만 경쟁사들에 쫓기고, HBM은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과거처럼 미국·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겠다며 뛰어들었던 경영진과 직원들의 무모한 도전 정신은 실종됐다. '될 때까지 끝까지' 하는 근성, 죽기 살기로 덤비는 헝그리 정신, 간절함이나 절실함으로 표현되는 승리에 대한 열망, 긴박한 순간엔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과 여유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독한 삼성인'을 주문한 이유다.
결국 '독한 삼성인'은 임직원들의 근성과 투지에 불을 지피려는 것이다. 이 말의 절실함은 과거 성과에 안주했던 삼성 임직원에 울림을 줄 법하다. 지옥 같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독하게 강해져야 한다고. 과거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게 기업 생태계의 작동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