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물가 올해도 고공행진…옷 소비 줄인다 [소비자물가 리포트-의(衣)①]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3.18 08:30
수정 2025.03.18 08:36

의류 소비자물가지수 2월 ‘115.86’ 상승세

원재료 상승분 물가 반영 영향

대한상의 “옷 소비 코로나 전보다 줄어”

내수 소비 촉진 위한 유인책 필요

서울 시내의 한 의류 매장에 할인 제품이 진열 돼있다.ⓒ뉴시스

최근 소비자물가가 심상치 않다. 정부를 비롯한 금융기관, 연구기관서 내놓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모두 2%를 상회하면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국 불안정으로 인해 내수 경제가 불투명해진 영향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발 관세전쟁까지 불을 지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의 흐름은 소비자의 가계 상황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그리고 소비 형태에까지 변화가 따른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衣食住)’의 관점에서 소비자물가의 흐름 총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1. 30대 워킹맘 이모씨는 아들의 옷을 구매할 때 ‘오프라벨’ 매장을 주로 활용한다. 오프라벨 매장은 여러 브랜드의 의류를 한곳에 모아 최소 10~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아이의 옷을 구매할 때 돈이 더 드는 것 같아 옷값이 오른 게 느껴진다”며 “아이뿐만 아니라 남편과 내 옷도 구매해야 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2. 자취를 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옷을 산다. 그나마도 꼭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구매하는 게 습관이 됐다. 매달 드는 식비와 교통비만 해도 빠듯해 옷, 신발 등의 지출을 아끼기로 한 것이다.


김씨는 “옷의 질이 좋을수록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을 알지만 옷값이 워낙 비싸 고민을 해본 후 가격이 저렴한 옷을 위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의류 소비자물가지수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가뜩이나 팍팍한 고물가 시대에 음식 등과 달리 비교적 몇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의류·신발 등의 준내구재 소비를 우선 줄이기 시작하면서다. 고물가 시대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은 ‘의식주(衣食住)’ 중 의류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고 있다. 단순히 의료·신발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내수 회복이 더뎌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류 물가 1년 새 ‘2.0%’ 껑충…코로나19 보다 소비 줄어


의류·신발 소비자물가는 1년 사이 2.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4.34로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의류 및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100.56, 2022년 103.71, 2023년 110.66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1월 115.46, 2월 115.86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의류·신발 소비자물가 상승은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소비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류·신발 등의 경우 최근까지도 2019년 수준의 소비지출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을 100으로 놨을 때 의류·신발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 85로 크게 하락했다가 2021년 90, 2022년 94로 상승했다.


그러나 2023년 90, 2024년 82로 다시 감소로 전환했다. 의류·신발 소비에 타격이 불가피했던 코로나19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대한상의는 보고서를 통해 “의류·신발에 대한 소비액 감소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출 자제, 재택근무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비액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대내외적 불확실성 증대와 소득 감소 우려로 인해 소비패턴에 변화가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쇼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온라인 쇼핑 동향’을 살펴보면 상품군별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월 대비 의복(-32.2%), 신발(-33.7%), 가방(-6.8%) 등 패션 부분에서 22.1% 줄었다.


원면값부터 인건비까지 줄줄이 상승


소비자들을 움츠러들게 만든 의류·신발값 인상 원인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옷과 신발의 가격이 잇달아 인상된 데에는 생산 원가 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옷을 만드는 핵심 원재료인 면화 가격과 유류값 인상, 미국발 관세전쟁, 글로벌 물류 대란 등으로 인해 의류·신발 가격이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면화 가격은 앞서 2022년 5월 158센트까지 치솟으며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인건비도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탠다. 또 버려지는 옷과 신발 등이 만들어 내는 섬유폐기물로 비교적 생산단가가 높은 리사이클링(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원가 상승에 기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후 의류·신발 가격 인상이 다소 완화된다 해도 굳어진 소비 둔화 현상으로 인해 옷·신발 등에 대한 지출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지역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자주 오는 단골들도 옷값이 올랐다며 많이 구매하지 않고 있다. 고객들이 요즘 옷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정가의 옷 한 벌을 권유하기도 쉽지 않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초에 옷을 소량 주문한 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 것만 산다 ‘요노’ 문화 확산


결국 소비자들은 ‘필요한 것만 산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요노(You Only Need One)’다.


최근 옷이나 신발과 같은 준내구재 소비에 부담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요노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처럼 요노는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을 의미한다.


불투명한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후회 없이 즐기고, 배우기 위한 소비 형태인 ‘욜로(You Only Live Once)’를 벗어나 ‘단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소비 가치관이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전문가는 비교적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가구 형태, 개인별 편차를 보이는 옷과 신발 등에서 우선적으로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의식주 중 먹는 것과 생활하는 집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요소”라며 “소비자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의류나 문화생활 등에 사용하던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류 등 소비 감소…내수 침체 장기화 우려


이 같은 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내수 침체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의류·신발 소비 시장은 국내에서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내수시장에서 매우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명희 한국섬유수출입협회 상무의 ‘섬유패션산업의 현황 및 재도약을 위한 방향’에 따르면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 업체 수의 10.2%(6만개사), 종사자 수의 6.1%(26만1000명), 생산액의 2.1%(43조 80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도소매업 등 관련 산업 포함 시 종사자가 83만명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과 연계한 소비 행사 등 정부 차원에서 내수 소비를 이끌어 낼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상의는 “내수 소비 촉진을 위한 소비 유인책 필요하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국가적 판매촉진 행사를 지역 축제와 연계해 소비 진작 효과를 확대해야 한다. 또 상품 소비 촉진뿐만 아니라 내수 진작의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비 지원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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