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제보' 이재명, 잠행 돌입…민주당 의원들만 광장 방패로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3.15 00:10
수정 2025.03.15 13:11

野, 광화문→여의도→광화문 강행군

'러시아제 권총 암살 계획' 제보에

이재명은 '장외 여론 총력전' 불참…

출근부터 퇴근까지 경찰 '밀착 경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가 지난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석 모니터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동십자각까지 8.7㎞를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 열외에 이어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는 암행(暗行)에 들어갔다.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하겠다는 제보에 따른 조치다.


이재명 대표는 주말 내내 광장에서 진행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장외 여론 총력전'에도 불참한다. 또 출근 이후부터 퇴근까지 경찰들의 밀착 경호를 받으며 '신변 보호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광화문과 여의도, 다시 광화문을 오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광화문 앞 천막에서 진행됐다. 이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다시 다같이 동십자각까지 8.7㎞를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을 사흘째 이어갔다. 도보 행진에는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권 의원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광화문에서 단식 농성을 하며 여론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군소 정당들도 현장에서 농성 천막을 치고, 최고위·의원총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저녁 특정 성향 단체들 주도로 진행되는 '비상행동 집회'에도 대거 참석하며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헌법재판소 선고 때까지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날 이 대표는 광화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안전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8.7㎞를 걷는 '윤석열 파면 촉구 도보 행진'도 전날에 이어 또다시 열외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과의 회동을 가진 이후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있다. 이번 주말 집회는 물론 다음 주에도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를 제외하고 모두 불참할 것으로 예정됐다. 이른바 '암살 제보'에 따른 것인데, 지도부를 포함해 다수 의원이 '러시아제 권총을 밀수해 이재명 대표를 암살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내용의 제보 문자를 받았다는 이유다.


경찰은 민주당으로부터 이 대표의 '신변 보호 요청'을 접수받고, 밀착 신변 보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출근부터 퇴근까지 전담 경찰관 4~5명이 동행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신변 보호 기간은 추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마트 워치 지급, 주거지 순찰 등 일반적인 신변 보호 조치보다 더 강화된 수준이다. 다만 경찰 측은 "이 대표 측과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민주당의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양 지지층의 결집이 극단적 행위로 변모할 수 있는 만큼, 위협 요소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 년새 지구촌을 뒤흔든 대권주자급 정치인들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른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미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세 중 총격을 당했다. 오른쪽 귀 윗부분에 총상을 입었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전직 대통령이자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암살 시도로 넉 달도 안 남은 미 대선이 격랑에 휩싸였었다.


2022년 7월에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나라현 야마토사이다이지역앞 광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 사제총기로 쏜 총탄에 맞아 사망,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2021년 7월에는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침입자들의 총탄에 살해되기도 했다.


이 대표도 지난해 1월 부산에서 '내가 이재명' 이라는 글귀가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사인을 요청하는 척하며 위장한 지지자에게 흉기로 목을 습격 당한 바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말 장외 집회 참석 여부에 대해 "안전상 문제라든지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참여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 중인 상황"이라며 "참석 한다 안한다를 단정적으로 말씀 드리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실제 피습을 당해본 사람이 아니냐. 만에 하나 또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혼란을 누가 책임지겠느냐"라며 "야당의 지도자가 암살 계획에 노출됐다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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