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전투기 오폭' 조종사, 과실 명백…업무상과실치상 적용 가능성" [법조계에 물어보니 631]
입력 2025.03.13 04:07
수정 2025.03.13 08:18
경기도 포천 민가에 KF-16 전투기 오폭 사고…조종사 민·형사 책임 여부 주목
법조계 "잘못 여러 번 바로 잡을 기회 있었지만 실수 파악 못해…과실 명백"
"피해 규모 크고 국민 관심 쏠린 사안…표적 육안 확인할 마지막 기회도 놓쳐"
"훈련 중 발생했고 내부 징계 불가피, 책임 경감될 듯…손해배상 책임은 못 피해"

지난 6일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KF-16 전투기의 민가 오폭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오폭 장본인인 조종사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여러 번 문제를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수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과실이 명백하고 피해 규모도 크기에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내부적으로도 징계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고려해서 형사책임이 경감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군과 법조계에 따르면 공군은 지난 10일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고 발생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 때문이라고 재확인했다. 앞서 KF-16 전투기 2대가 공대지 폭탄 MK-82 8발을 사격장이 아닌 민가에 투하해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당일에도 공군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를 사고 원인으로 꼽은 바 있다. 중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지난 5일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표적 좌표가 오입력됐다.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이륙 단계에서도 재확인 절차가 있었지만 비행자료전송장치(DTC)라는 저장장치의 장비 오류로 인해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았다. 공군은 JMPS를 활용한 비행준비 과정, 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등 전 임무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1번기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조종사의 실수 이외에도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과 대대장(중령)이 실무장 사격 계획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등 지휘 관리·감독상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지상관제가 전투기 비행경로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오폭 사고를 낸 조종사 개인과 당시 훈련을 통제한 지휘부, 지상관제 업무 관련자들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도윤 변호사(법무법인 율샘)는 "여러 번 문제를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실수를 파악도 하지 못하는 등 조종사의 과실이 명백하고 피해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전 국민적 관심사가 쏠려 있는 사건인 만큼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치사상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투하 전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할 마지막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쳤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훈련 중 발생한 사고이고 내부적으로도 징계가 불가피한 만큼 그러한 부분을 고려해서 형사책임이 경감될 수는 있다"며 "또한 민사상으로도 군인 등 공무원의 업무 수행 중에 벌어진 사고인 까닭에 국가배상법이 적용된다. 국가가 우선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고 이후 조종사에게 고의 또는 명백한 중과실이 인정된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검사출신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직무수행 중인 군인에 대해 형사책임을 면하는 규정은 아직 없는 상황이며 국방부와 군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나 과실이 인정된다면 업무상 과실 문제에 대해 수사가 개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경과실만 있는 경우 공무원 개인에게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긴 하나 소 제기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