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현물이전 최대 수혜자는 증권…조 단위 뭉칫돈 몰렸다
입력 2025.01.24 07:00
수정 2025.01.24 07:00
제도 시행 이후 적립금 7.4조 증가…은행·보험보다 선전
고수익에 머니무브…미래·한투·삼성, 1조원 이상 순증
수요 집중에 고객 유치 ‘치열’…주도권·경쟁력 확보 목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가운데 증권사들이 초기 시장 주도권을 잡으며 ‘머니무브(자금이동)’를 유도했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순증세를 보이며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했다.
24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상품을 보유한 증권사 14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3조9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96조5328억원) 대비 7.66%(7조392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행되면서 증권사로 자금 유입이 이뤄진 셈이다. 같은 기간 제1 금융권인 은행(12곳)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6.86%(211조2811억→225조7684억원)로 증권사의 증가율보다 낮다.
특히 보험사 16곳과의 격차는 지난해 3분기 3조2700억원에서 4분기 6조43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벌어졌다. 보험사보다 100조원을 먼저 돌파했다는 점에서도 증권사의 선전이 입증된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운용 중인 금융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때, 기존 상품(포트폴리오)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금융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인 금융사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길 때 운용 중인 투자상품을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전부 매도하고 현금화하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린 뒤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금융사마다 취급하는 투자상품이 다르기에 현금만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퇴직연금 현물이전이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계좌 이동이 쉬워졌을 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도 한층 넓어지게 됐다. 이로 인해 은행 대비 수익률이 높은 증권사로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14곳 중 3분기 대비 4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이 감소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 상위 5개 증권사는 미래에셋·현대차·한국투자·삼성·NH투자증권 등의 순으로 순증액이 1조원 이상인 곳은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 총 세 곳이다.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까지 유일하게 30조원에 육박하는 적립금을 쌓았다. 3분기 27조3755억원에서 4분기 29조1946억원으로 2억원(1조8191억원) 가량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1조3326억원(14조4822억→15조8148억원)과 1조2746억원(14조1111억→15조3857억원) 증가했다. 이 외에도 NH투자증권(9405억원, 7조1866억→8조1271억원), 현대차증권(7069억원, 16조8082억→17조5151억원)이 억 단위 적립금이 유입됐다.
이 같은 분위기에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금 이동이 이뤄지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 내 주도권을 쥐며 업계 내에서도 경쟁력을 갖춰 자금을 끌어 모으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투자자가 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월 매수하는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 도입부터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통한 퇴직연금 리스크 관리, 관련 조직 확대 및 신설 등에 주력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노후 대비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 전략으로 고수익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에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라며 “증권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혜택을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전산 시스템 개발·구축, 상품 확대에도 집중하며 새로운 연금 파트너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