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했던 여자가 낳은 애는 무례하고 지능 떨어진다" 논란의 포스터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입력 2025.01.15 05:09
수정 2025.01.15 05:09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의 한 병원이 낙태(임신중절)를 경험한 여성이 낳은 아이의 지능 지수가 낮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 허위안시에 있는 한 병원은 환자 대기실에 낙태를 반대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부착했다.


이 포스터에는 '효도는 모든 건전한 행위 중에서 가장 중요하며 성적 비행은 모든 불건전한 행위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라는 글이 담겨있다. 또한 낙태와 유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문구와 함께 우울증, 불안, 불면증, 자궁내막염, 불임 등 낙태의 부작용이 적혀 있었다.


ⓒSNS

이뿐만 아니다. 포스터에는 빨간색 글씨로 '낙태는 가문의 대를 끊고 남성 가족의 활력을 해친다' '낙태를 경험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반항적이고, 화를 잘 내고, 부모에게 무례하고, 저체중이고, 지능 지수가 낮고, 건강이 나쁘다' 등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게다가 '성질이 나쁜 아이'를 여아로, '성질이 좋은 아이'를 남아로 묘사하는 등 선입견을 부추기는 이미지가 사용됐다.


해당 포스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큰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 측은 "우리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외부 기관인 지역 위생건강위원회가 한 일"이라며 "우리 병원은 이 캠페인을 추진 및 검토하지 않았고 전시만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위생건강위원회의 인식이라면 더 큰 문제이며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부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한 지역 주민은 "허위안시의 많은 가정에서 태아의 성별을 확인한 뒤 여아인 경우 낙태를 요구한다"며 "해당 포스터는 이러한 관행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SCMP에 말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23년 약 900만 건의 낙태가 이뤄졌는데, 같은 해 출생아 수는 902만 명으로 집계됐다. 즉 출생아 수만큼의 낙태가 이뤄진 것. 낙태 건수의 50% 이상은 15~24세의 미혼 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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