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열풍에 증권사 수수료 수익 ‘쑥’…국내 주식 따라잡는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5.01.02 07:00
수정 2025.01.02 07:00

3Q 외화증권 수익 8235억…전년 比 55%↑

韓부진에 ‘국장 탈출’ 러시…해외주식 비중 증가

투자자 이탈 지속 전망…수익 구조 변화에 무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지난해 1년 동안 국내 증시에서 탈출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해외 주식시장에 집중돼 증권사의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눈에 띄게 늘어나 증권사의 수익 구조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613억 달러(약 237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1368억 달러)과 11월(1535억 달러)에 이어 4분기 내내 월별로 꾸준히 증가한 셈이다.


이처럼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꾸준히 급증하자 해외 주식 일 평균 거래 대금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였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일 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해 4분기 약 4조820억원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으로 해외주식 일 평균 거래 대금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내 증시의 부진 여파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 대표지수인 S&P500과 나스닥 지수가 30% 넘게 상승한 반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0%, 23% 떨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는 1년 간 무려 250조원 이상 증발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일반 투자자의 월 평균 미국 증시 거래 대금은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의 25% 수준까지 증가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저성장에 대한 우려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성장과 수익을 찾아 해외로 자금을 이동할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연구원은 “지난 2020~2021년 글로벌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와 미국 거래 대금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지난해(2024년)에는 미국 증시만 호황을 누렸다”며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이 해외 주식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 현 머니무브의 특징”이라고 부연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의 급증은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를 큰 폭으로 키웠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높은 국내 증권사 10곳(미래에셋·키움·토스·삼성·KB·NH투자·한국투자·신한투자·하나·대신)의 지난해 3분기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은 총 8235억원으로 전년 동기(5312억원) 대비 55% 늘었다.


이 중 토스·신한투자·하나증권 3곳은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이 1년새 무려 100% 이상 증가했다. 이들 3곳을 포함한 8곳의 증권사는 50% 이상의 외화증권 수수료 수익 증가율을 자랑했다. 국내 증시 부진에 국내주식 거래가 감소하고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의 매력도를 높일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올해에도 미국 주식시장으로 이탈하는 투자자들이 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권사들도 해외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성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서학개미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통상 해외주식 수수료율(약 0.25~0.30%)은 국내주식 수수료율(0.04%)보다 높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해외주식에 투자자 관심이 꾸준히 향하는 점, 투자자 유치 규모에 따라 점유율이 바뀔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수수료 인하 이벤트가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해외 주식 수수료는 약 0.11%~0.13%까지 내렸다.


일각에서는 해외주식 거래 증가와 이에 따른 증권사 수수료 수익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주식의 투자가 줄고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을 역전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상 일평균 거래대금(15조원)에서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금액이 절반인 7조5000억원까지 늘어난다면 수수료 손익 2배 증가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전 분기 대비 36.2% 늘어나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4분기 거래대금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해외주식 수수료가 또 다시 양호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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