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테슬라'...자율운항선박 시대 준비하는 K-조선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4.12.27 06:00
수정 2024.12.27 06:00

내년 1월 3일, 자율운항 선박법 시행

관련 법 시행으로 기술 실증 더욱 박차

K조선, 시장 선점 위한 기술 개발 매진

AI 이미지.

'바다 위 테슬라'로 불리는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개발 필요성에 대한 언급에 그쳤지만, 이제는 상용화를 거론하는 단계까지 진전했다. 기술 개발을 촉진시킬 관련 법안까지 시행을 앞두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보다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 개발·상용화 촉진에 관한 법률'(자율운항선박법)이 내년 1월 3일 시행된다. 올해 1월 제정된 이 법은 자율운항 선박의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절차·내용을 포함해 운항해역 평가 기준 및 방법, 실증 승인 절차 등 세부 기준과 절차가 담겼다.


정부는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해 자율운항선박 시장 개화에 속도가 붙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간 규제로 작용한 선박안전법·선박직원법 등에 특례를 주면서 보다 유기적인 실증 환경을 제공할 방침이다.


당초 법 제정 취지가 자율운항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법 시행을 반기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러 조선사들이 기술개발에 집중했었다"면서 "기업의 도전에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더해지면서 미래 시장 선점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원 세종대 AI로봇학과 교수 역시 "자율운항 선박에 대한 기술은 상당히 발전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관련 기술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했는데 이번 법 시행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준비한 기술들을 펼치면서 상용화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운항선박 운항 개념도 ⓒ해양수산부

자율운항선박 시대는 국제사회가 먼저 준비를 시작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탄소 배출 문제와 더불어 선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운항선박 시대로의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IMO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4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자율화 기준을 마련했다. 1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한 상태에서 원격제어하는 수준이다. 3단계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 없이 원격제어하는 수준, 4단계는 완전 자율운항을 뜻한다.


단계별로 기술 상용화가 진행될 때마다 선박 사고를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 선박유지비도 절감할 수 있어 관련 업계의 주목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 기업들은 최근 자율운항선박 시장 개화에 맞춰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는 최근 에이치라인해운과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컨트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은 에이치라인해운이 운용하는 선박 30척에 적용될 예정이다.


하이나스 컨트롤 시스템은 항해 장비와 센서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합해 선박의 방향과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 항해 시스템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완전 자율운항 기능이 탑재된 자율운항 연구 선박 '시프트 오토'의 출항식을 가졌다. 회사는 이 선박을 토대로 선원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접안, 자율운항, 정박까지 가능한 '미션 수행 기반 완전자율운항' 기술을 선보였다.


한화오션도 이번 법 시행에 맞춰 본격적인 자율운항선박 실증에 나선다. 현재 시흥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선원 없이 운용이 가능한 4단계 수준의 완전자율운항 기술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조선사들 입장에선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포기하기 어려운 미래먹거리"라면서 "우리 기술력이 상당히 성숙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법 시행과 함께 시장 선점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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