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밸류업 공시 ‘미진’…내년 참여 전망 ‘아직 흐림’
입력 2024.12.24 07:00
수정 2024.12.24 07:00
올해 키움·미래·DB금투·유안타·NH투자 5곳 그쳐
삼성證 동참 주목...한투는 자본활용 수익성 증대 초점
중소형사 실적부진·구조조정 속 자발적 결정 기대감↓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증권사들의 관련 공시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가운데 내년에는 참여가 늘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탄핵 정국 등 돌발 변수는 있지만 정치권이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업권 전반적인 참여 기대감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어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자율 공시를 가동한 지난 5월 27일부터 전날(23일)까지 공시에 참여한 증권사는 키움·미래·DB금투·유안타·NH투자증권 등 총 5곳이다.
키움증권이 지난 5월 28일 증권사 중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자율 공시했고 두 번째로 미래에셋증권(8월 22일)이 동참했다. 이어 DB금융투자가 밸류업 자율 공시를 하겠다는 안내 공시(8월 30일)를 한 뒤 9월에 본 공시(9월 5일)를 완료했다. 다음으로 유안타증권이 이달 10일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4곳의 증권사에서 본 공시가 이뤄진 바 있다.
여기에 최근 NH투자증권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면서 참여 증권사가 5곳으로 늘었다. NH투자증권도 DB금융투자와 함께 밸류업 안내 공시(8월 30일)를 한 데 이어 지난 19일 본 공시를 마쳤다. 대형사 중에서는 키움·미래에셋증권에 이은 3번째 밸류업 공시 참여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KB증권·우리투자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BNK투자증권·하나증권 등 6개사는 그룹 차원으로 밸류업 공시에 동참하면서 따로 공시를 내지는 않았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따라 거래소가 밸류업 공시를 적극 독려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증권업계 참여도는 미진한 수준이다. 당초 시장에선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금융·증권사들의 주도적인 밸류업 공시 참여를 기대해왔다. 이후 금융지주·은행들은 줄줄이 밸류업 공시를 내놨지만 증권업계는 아직 공시에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는 분위기다.
전체 상장사의 공시 자체도 부진한 상황에서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을 주도해야 할 증권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예상치 못한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밸류업 공시 이행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그러나 여야 모두 국내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지적해왔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관련 정책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밸류업’이라는 정책 명은 바뀔 수 있지만 결국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 처럼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강화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 중에선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아직 밸류업 공시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중 고배당 정책을 펼쳐온 삼성증권은 삼성금융 계열사들의 밸류업 계획이 마련되면 내년 공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배당 및 밸류업 공시보다는 자본을 활용한 수익성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증권사로 결과적으로는 발행어음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는 셈이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으로 자기자본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는 미정인데 회사는 주주환원보다는 자본을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자본 대비 발행어음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향후 영업 환경이 개선되면 양호한 수익성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 기대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올해 DB금융투자와 유안타증권이 이례적으로 밸류업 공시에 나섰지만 대부분은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배당 확대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대형사들이 남아있고 세제 인센티브도 없는 상태에서 중소형사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참여하긴 쉽지 않다”며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중형사들이 공시에 나선다면 다른 곳들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