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치열해진 생수 시장…“독주 판도 굳히기 본격화”
입력 2024.12.24 07:04
수정 2024.12.24 07:04
팝업스토어 등 MZ세대와 소통 창구 확대
생수 품질 등 제품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
국내 생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삼다수’가 독주 판도 굳히기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MZ세대와의 적극적인 소통은 물론 제품의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를 통한 제품의 우수성 알리기가 대표적이다. 이 시장에서 우위를 지속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생수 시장의 경쟁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는 국내 생수 시장 규모가 2019년 1조6900억원에서 지난해 2조74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3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생수시장 1위는 여전히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제주삼다수는 40.3% 점유율을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3.1%로 2위, 농심 ‘백산수’는 점유율 8.3%로 3위다.
다만 여러 신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제주삼다수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제주도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먹는샘물 오프라인 시장에서 삼다수는 39.4%였다. 2015년 45.1%에서 2022년 42.8%, 지난해 40.3%로 하락했다가 올해 처음으로 40%선이 무너졌다.
점유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생수 시장에서 후발 주자들의 경쟁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에서 60개 업체가 210여 생수 브랜드를 생산해 시장에 유통하고 있다. 여기에 편의점, 마트 등도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격을 올린 것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마트에서 삼다수 2리터 기준 가격은 980원이었는데 작년 2월부터 1080원으로 인상됐다. 삼다수가 가격을 올린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밀려나게 됐다.
삼다수 판권을 받아 시장에 유통하는 광동제약의 지난해 삼다수 판매는 6억7927만병으로 전년 대비 2000만 병 줄었다. 그러나 가격인상으로 매출은 2955원에서 3096억원으로 150억원 증가했다. 적지않은 매출 규모지만, 마진율이 높지 않아 ‘캐시카우’ 역할은 못 하는 상황이다.
광동제약은 삼다수 판매량을 회복하기 위해 광고 비용을 늘리고 있다. 올해 들어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는 등 점유율 사수에 나섰지만,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 삼다수, 팝업 등 소통 창구 늘리고…“집으로 직접 배송까지”
제주삼다수는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한정판 제품 출시 ▲팝업스토어 개최 등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며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삼다수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 삼다코지’다. 제주삼다수 유통사 광동제약은 많은 소비자와 가까이서 소통하고 제주삼다수의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카페 삼다코지’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도심 속 제주’를 콘셉트로 한 이곳은 계절마다 새로운 인테리어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카페의 커피와 음료는 물론, 얼음과 탄산수까지 제주삼다수를 사용해 물맛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제주의 특색을 살린 디저트 까지 MZ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을 통한 생수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2018년부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제주삼다수 앱’을 런칭하고 배송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간편한 주문 방식, 다양한 혜택, 전문 대리점을 통한 직배송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매년 성장세다.
동시에 쿠팡, 네이버스토어, SSG닷컴, 카카오커머스 등 주요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 활용해 ▲취수원 ▲제조 시설 ▲품질 관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기도 하다.
◇ 생수 경쟁력 확보에 집중…“친환경 페트로 교체”
제주개발공사는 제품의 가치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다수는 한라산 국립공원 해발 1450m 지역에 내린 빗물이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현무암과 화산송이층을 타고 지하 420m 부근에 고인 물을 뽑아 만들어진다. 때문에 한라산 인근에 매입한 토지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71만6600㎡에 달한다. 축구장(약 7000㎡) 100개 크기다.
빗물이 수십여 년에 걸쳐 천천히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품은 대수층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한라산 중턱, 해발 440m에 위치한 취수원 일대 토지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1996년부터 땅을 사들이는 데 쓴 비용만 177억원이다.
청정 원수를 관리·보전하려는 노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제주개발공사는 취수원과 주변 지역에 총 58개소 지하수 관측망을 설치해 지하수위, 취수량, 수질, 토양 등의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친환경 경영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환경 이슈는 제주삼다수 원수인 제주 지하수의 품질과도 직결되는 만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경영 과제이기도 하다.
페트병을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사탕수수 원료로 만든 바이오 페트(Bio-PET),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2021년 라벨을 없앤 ‘제주삼다수 그린’을 선보였다. 제주삼다수 그린은 생수병부터 뚜껑까지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 3無(무라벨·무색캡·무색병) 시스템을 적용했다. 현재 약 40% 수준인 제주삼다수 그린의 총 생산량을 2026년까지 100%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친환경 팩토리(L6)’도 건설하고 있다. 친환경 팩토리는 공업화 건축(모듈러)에 의한 친환경 건설 방식으로 공사 중에 있다. 1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올해는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로 설정했다”며 “코로나19로 심해진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위기는 극복하고 기회는 붙잡기 위해 ▲품질 ▲온라인 ▲친환경 측면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