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이석우 "'일단 만들자' 코인 규제법보다 국제 전략 고심해야"
입력 2024.12.20 13:01
수정 2024.12.20 13:02
DAXA·국회 디지털경제3.0 포럼 주최 행사서 발언
"前 정부서 '제2의 바다이야기'식 인식...법 정의조차 없어"
"韓, 개미들의 시장...글로벌 문 열면 허브도 가능"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국내 가상자산 업계·정치권에 '사고 많을 것 같으니 일단 만들자'식 규제법보다 국제 전략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디지털경제3.0 포럼 디지털자산 세미나' 기조발제에서 "국내법상 가상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한 법적인 정의(定義·Definition)는 특정금융정보법에 한 줄로 정의되는데, 이는 굉장히 애매하고 포괄적이어서 명확하게 분류될 수 없다"며 "가상자산의 정의가 명확해야 이를 어떻게 장려하고 규율하고 규제할지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고, 특히 가상자산의 종류가 1만 가지가 넘는데도 금융당국은 하나의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법을 공부했는데 법을 만들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정의"라며 "한국이 빠르게 가상자산 관련법 입법을 하긴 했다. 자금세탁방지를 못하는 규율, 거래소가 실제 갖고 있는 가상자산과 장부상 갖고 있는 가상자산을 확실히 보유하도록 규정해 미국 FTX와 같은 사고가 안 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법률적 정의조차 없는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주도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며 (당국 마음이) 급해졌다"며 "유럽은 이미 작년부터 미카(MiCA)라는 법안 만들었고, 여기에는 가상자산 규제뿐 아니라 장려책까지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최근 상승한 이유와 관련 "비트코인의 가치는 원유나 나스닥 등의 지수보다 훨씬 빠른 앞질렀다. 작년 연말 4000만원 조금 넘게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올해 초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고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10만 달러, 우리돈으로 1억5000만원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이날 기준 세상 모든 가상자산 가치를 합해보면(시가총액) 3조6000억 달러(약 5216조원)가 넘는데 국내 기관들이 투자못하고 있고 오로지 개미들의 시장"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세계 금융전쟁'의 일환으로 봤다. 그는 "중국이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세계 경제에 참여, 전 세계의 공장이 됐고 달러와 금을 많이 벌어들이며 부유해졌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성장하면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달러를 많이 벌어가더라도 '더 찍어내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달러를 찍어냈고, 결국 2008년부터 지금까지 미국 달러의 통화량은 8배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정 통화인 달러는 발행량을 통해 견제할 수 있지만, 금 보유량은 견제할 수 없으니 '디지털 금'으로 불리기 시작한 비트코인을 비축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큰 축으로 평가받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서도 "테더가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USDT는 달러에 연동된 가상자산으로, 이것(스테이블코인)을 장려하겠다는 얘기는 그만큼 미국이 달러를 더 많이 뿌리겠다는 것"이라며 "USDT나 서클의 USDC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실제 미국 달러 혹은 미국 채권을 보유해야 한다. 찍어낸 달러를 소화하지 않으면 가치가 떨어지고, 가치가 유지가 되는 한편 통화량은 늘어난다. 이게 미국의 국제적인 금융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한국 정부와 관련된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비트코인, 가상자산 시장은 '제2의 바다이야기'라고 했고, 그런 인식이 지금까지 왔다. 유시민 작가도 비트코인을 '역사상 가장 우아한 사기'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7년 동안 상황이 똑같았다가 가격이 뚝 떨어지고 (투기가 잦아들자) 모든 장관들이 문제 해결 잘 됐다며 손을 털고 관심이 없어졌다. 다만 트럼프가 당선이 되니 의원들이 다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당부했다.
이어 정치권을 향해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이 세계 금융 허브가 되자고 했는데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여건이 갖춰져 있다"며 "세계에서 거래량 많은 순위를 보면 기관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들만으로도 어마한 거래량을 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에 대한 경험 때문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가상자산 육성 정책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고객을 받기 시작한다면 서울, 부산, 제주에서 앉아서 금융 허브가 될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선 세수도 늘리고 여러 연관 산업들도 생길 수 있다"며 "다만 정치권과 당국이 전 세계 가입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자금세탁 방지, 고객확인(KYC) 시스템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와 국회 '디지털경제3.0' 포럼에서 공동 개최한 만큼 이재원 빗썸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조영중 스트리미 대표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