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오판에 ‘K푸드’ 위상까지 급제동 [유통-기자수첩]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4.12.20 07:03
수정 2024.12.20 12:53

대한민국 약자인 ‘k’ 전세계 상징적 자리 매김

비상계엄·탄핵 정국으로 ‘불확실정’ 높아져 위기

“향후 기업리스크는 물론 국가적 손실도 추산 어려워”

“여‧야 민생을 우선하는 협치 보여줘야 할 시기”

서울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대한민국 약자인 ‘K’는 이제 전 세계에서 매력적인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K가 붙으면 명품으로 인식된다. 영화·드라마·팝 등 K컬처에 세계가 열광하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을 세계적 반열에 올렸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투영된 결과며, 이는 곧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그런 ‘K의 진격’에 제동이 걸렸다. 비상계엄·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 위상이 흔들릴까 우려된다. K컬처 등 한류 영향에 힘입어 올 들어 식품 수출이 역대 최고를 경신했지만, 국격에 치명타를 맞으면서 수출국 확대에 확신이 어려워졌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탄핵 코스는 피할 수 없는 외길 수순이 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찬성·반대가 대립할 것이나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는 격랑의 탄핵 정국에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주체적 변수가 아니다. 국가가 떠안아야 할 짐이 크게 늘었다.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되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은 순식간에 1440원을 넘겼고, 며칠 동안 시가총액은 100조원 이상 사라졌다.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고,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자포자기다. 당장 다음 달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는 점도 우리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탄핵과정에서 빚어질 리더십 공백을 둘러싼 불안이 8년 전 탄핵정국 때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탄핵의 인용과 기각여부는 ‘사법의 영역’이라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경제에 있어 ‘원활한 가동’은 기대할 수 없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탄핵의 강을 건너기도 전에 우리를 불안케 하는 또 다른 리스크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바로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기업 리스크’다. 해외서 K푸드를 자랑하며 ‘내수 허기’를 해외서 채우던 식품 기업들이 이제는 ‘K탄핵’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대표적으로 K푸드의 수출 물꼬를 튼 식품업계의 경우 탄핵사태 여파로 한국의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면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외 바이어들의 결정이 수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장기화되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혼란의 정국을 틈타 주목받지 못한 사례도 있다. 비상계엄으로 전국이 혼란스러운 지난 4일 새벽,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식품 업계와 정부가 10년 만에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지만, 계엄령 소식에 묻혀버렸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한국 문화의 독창성과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외교적 입지를 강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으로 이 업적이 묻히면서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할 기회를 잃었다. 국민과 함께 기쁨을 마음껏 만끽하지 못 한 아쉬움도 크다.


이젠 탄핵정국으로 돌아섰다. 어떤 영향이 또다시 국내 기업을 덮칠지 모를 일이다. 해외에선 내밀었던 손을 감추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까 걱정이다. 여야가 민생을 우선하는 협치를 보여줘야 할 때다.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와 성찰이 절실히 요구된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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