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장르 팬덤 무대로 끌어온다”…팬덤 IP 공연화 활발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12.19 07:28
수정 2024.12.19 07:28

'타인의 삶' '천 개의 파랑' '부치하난' 등 잇따라 무대에

‘덕질’로 대표되는 팬덤의 콘텐츠 소비문화는 이제 K-콘텐츠 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케이팝은 물론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예능 심지어 웹툰, 웹소설 등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게 된 것도 팬덤 기반 플랫폼과 커뮤니티 등을 운영하며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연극 '타인의 삶' ⓒ라이브러리컴퍼니

공연계도 팬덤 비즈니스에 본격 뛰어드는 모양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타 장르에서 이미 굳건한 팬덤이 형성된 IP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팬덤 IP 공연화’를 통해 타 장르의 팬덤을 그대로 공연장으로 옮겨오는 식이다.


최근 라이브러리컴퍼니는 검증된 팬덤 IP를 기반으로 연극과 뮤지컬을 잇따라 올리며 흥행 불패를 이어가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2023년 하반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연극으로 선보였는데, 처음 선보인 작품임에도 객석점유율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사이드 인사이드’ ‘타인의 삶’, 뮤지컬 ‘부치하난’ ‘긴긴밤’ ‘테일러’ ‘고스트 베이커리’ 등 중소형 극장을 가리지 않고 선보인 작품들 모두 흥행했다. 이들도 대부분 영화나 소설, 동화 등 원작이 있거나 라이선스 작품이다. 흥행이 검증된 소설이나 영화, 만화, 웹툰 등 여러 장르의 2차 저작물 IP를 대상으로 공연권을 확보해 실적 안정성 제고를 목표로 한 셈이다.


라이브러리컴퍼니 뿐만 아니라 공연계에선 최근 이 같은 2차 저작물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2019년 출간 후 15만부 이상 판매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천선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은 올해 초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만들어서 무대에 올려졌고, 소설가 구병모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파과’도 올해 공연됐다. 해당 공연들에는 해당 원작 소설의 팬덤, 소설가의 팬클럽이 공연장을 채우는 장관을 연출했다.


영화 ‘스쿨 오브 락’ ‘디어 에반 핸슨’ ‘시스터 액트’ 등이 원작인 뮤지컬을 통해 영화 팬들도 뮤지컬에 대거 유입됐다. 특히 ‘시스터 액트’는 1993년 개봉한 영화를 관람한 중장년층에서 큰 호응을 얻어 40대 이상 예매율이 45.6%에 달했다.


이밖에도 전 세계 25개국 판권 수출 및 올해 일본 서점 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를 수상한 베스트셀러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올해 극단 지우가 뮤지컬 무대로 옮겼다. 또 극단지우는 김호연 소설가의 ‘불편한 편의점’과 ‘망원동 브라더스’를 오픈런으로 계속 공연하고 있다. 올해 초연된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도 뮤지컬로 제작돼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공연계에선 새로운 팬덤 IP를 통해 공연계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면 ‘특정 배우 중심’ 체제를 일부 해소해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내비친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뮤지컬 업계에서도 현재 ‘팬덤’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데 대부분 ‘특정 배우’ 중심의 팬덤 문화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작품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팬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작품 자체의 팬덤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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