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불똥’ 튈라…연말 특수 앞뒀던 공연계 “관객 발길 끊길까 걱정”
입력 2024.12.10 08:45
수정 2024.12.10 08:45
“저희들도 이 나라의 국민으로써 함께 이 시국을 잘 겪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숨도 마음대로 쉴 수 없는 이 상황이 야속하기도 합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 요구로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전국 곳곳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혼란 속에서도 공연장들은 계획된 공연 일정을 무대에 올리고 있지만, 탄핵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대하던 연말 특수를 누리긴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국회는 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오후 6시20분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 표결에 돌입했다. 하지만 투표 시작 3시간이 지난 오후 9시20분까지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195명만 투표에 참석했다. 이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면서 탄핵소추안은 개표도 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공연계는 현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도 뜸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이후 이어진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에도 공연계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그해 10월 102에서 11~12월 95로 떨어졌고, 이듬해 1월에는 93.3까지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가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계속 주시하곤 있지만 공연 취소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지 않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대에서 우리의 일을 하는 것”이라며 “누군가는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저희 역시 국민으로서 이 시국을 함께 잘 겪어내고 싶다. 하지만 공연이 ‘업’인 사람으로서 한숨도 마음놓고 쉴 수 없는 이 상황이 야속하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는 캐시카우 작품이 상대적으로 줄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실적이 다소 주춤했다. 실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뮤지컬 시장 티켓판매액은 약 21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약73억5000만원) 감소했다.
때문에 올해 하반기, 특히 연말에 거는 기대가 더 컸다. 더구나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알라딘’ ‘지킬 앤 하이드’ ‘시라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틱틱붐’ ‘마타하리’ ‘시라노’ 등이 동시에 관객을 찾으면서다.
한 뮤지컬 홍보사 관계자는 “불안정한 시국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공연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홍보를 하는 것부터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이미 홍보를 할 수 있는 시기는 끝났다고 보고 있다”면서 “좋은 공연을 더 알리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면서 관객과 배우, 스태프가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