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축 오피스텔 절반이 ‘텅텅’…부실시공 둘러싼 ‘공방’
입력 2024.12.04 07:03
수정 2024.12.04 12:40
지난 4월 준공한 다산역 데시앙, 오피스텔 입주율 47%
“지하주차장 누수에 벽 휘었다”…잔금 납부 거부사태 확산
“분양가에 못 미치는 시세”, 목적은 계약 해지?
오피스텔, 생활숙박시설 등을 중심으로 분양 계약 해지를 위한 집단 소송이 번지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부실공사와 부실시공과 하자가 심각하다며 잔금 납부와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반면, 시공사들은 하자 문제가 부동산 불황기에 계약 해지를 위한 명분상 이유라고 맞서고 있다.
4일 태영건설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준공한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동 소재 ‘다산역 데시앙’ 오피스텔의 입주율은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총 531실 규모로 지어진 이 오피스텔에서 입주를 마친 호실은 260실(47%) 뿐이다.
올해 4~7월의 입주 기간을 넘기면서까지 잔금 치르기를 거부하는 수분양자들은 부실시공과 하자를 이유로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이달 중순께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다산역 데시앙의 한 수분양자 A씨는 “호실당 100개 안팎의 작거나 큰 부실이 나온 것 같다. 창틀이 다 흔들린 채로 시공이 돼 있었고 나중에 시공사에서 부랴부랴 재시공을 했는데도 땜질식이었다”며 “일부 호실엔 벽이 설계와 달리 기울어져 있었고 지하주차장 누수가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피스텔을 시공한 건설사는 이미 하자 처리가 99% 이상 완료됐고 나머지 하자도 조만간 조치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수분양자들의 하자 접수 신청에 대한 보수를 거의 대부분 완료했기 때문에 입주가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벽이 기우는 등 치명적인 구조상 하자나 부실시공 문제라면, 보수를 완료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자로부터 발생한 계약 해지 소송은 비단 다산역 데시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생활숙박시설로 분양됐다가 입주 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에 성공한 서울시 강서구 마곡동에 지어진 ‘마곡 롯데캐슬 르에스트’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미 시공사가 통보한 중도금·잔금 납부 기한인 지난달 29일이 지난 상태로 수분양자와 시공사 간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분양된 ‘대치 아티드’는 당초 약속됐던 준공일인 올해 7월을 3개월 가량 넘겨 공사가 마무리됐다.
여기에 바닥 수평이 제대로 맞지 않는 등 하자가 발견됐다며 일부 수분양자들은 입주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치 아티드 수분양자는 “하자는 셀 수 없는 수준이고 입주와 임대가 불가능한데도 시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기존 시공사가 파산한 뒤 신탁사에서 역량 없는 시공사를 통해 공사를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갈등이 부동산 침체기에 반복되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분양 계약 후 시장 상황 침체기로 분양가를 하회하는 시세가 형성될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다산역 데시앙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피 매물이 여럿 올라와 있는 상태다.
분양가가 가장 높은 타입은 전용 84㎡ C타입으로 10억3500만원에 분양됐으나, 현재 9억3150만원의 매물이 올라와 있다.
6억9200만원에 분양됐던 전용 60㎡ B타입은 5억9580만원의 매물이 올라와 있다.
수분양자 A씨는 “마피 때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하자 문제만 제대로 해결됐어도 오피스텔에 잔금 치르고 입주할 수 있다. 마피 문제가 아니라 하자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주 기간이 지난 지난 9월까지도 하자 보수 때문에 공사를 계속했는데 어떻게 사람이 살겠나”라며 “이 때문에 수분양자들이 사용하지도 않은 전기세, 수도세가 부과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하자 관련 집단 소송이 발생하는 등의 현상은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봐야 한다”며 “하자 보수가 진행됐고 소송을 걸 정도로 심각한 하자도 아닌데 시세가 떨어지자 이를 빌미로 계약 해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