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만, 씁쓸한 뮤지컬 영화 ‘위키드’ 초반 기세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4.11.21 13:05
수정 2024.11.21 13:05

개봉 하루 전 사전 예매량 37.1%

최고 흥행작 '알라딘' 기록 뛰어 넘어

미국의 고전 동화 ‘오즈의 마법사’의 스핀오프 버전으로, 동쪽 마녀 글린다와 서쪽 마녀 엘파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위키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전개로 호평을 받았다. 초록색 피부를 갖고 태어나 또래에게 멸시당하고, 아버지에게조차 사랑받지 못한 엘파바가 학교에 들어간 이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 속에선 다양성에 대한 문제들을 영리하게 숨겨 놓으면서 사회적 메시지도 던진다.


ⓒ유니버설 픽쳐스

그 결과 ‘위키드’는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래 전 세계 6000만명이 관람하고 토니상 등 각종 상을 휩쓴 21세기 대표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선 역대 흥행 2위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미 뮤지컬로 명성이 높은 만큼, 실사화되는 영화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는 ‘위키드’는 개봉 하루 전인 19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 기준 실시간 예매율 37.1%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는 1280만 관객을 돌파한 뮤지컬 영화 최고 흥행작인 ‘알라딘’의 개봉 1일 전 사전 예매량 4만1809장을 훌쩍 뛰어넘은 기록이다. 특히 연말 뮤지컬 영화가 흥행몰이를 했던 만큼, ‘위키드’가 뮤지컬 영화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거란 기대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영화 ‘위키드’는 신시아 에리보, 양쯔충,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원어로 연기하는 영어판은 물론이고, 한국 뮤지컬 배우 박혜나, 정선아, 고은성, 남경주 등이 목소리를 연기하는 한국어판 더빙 버전까지 상영되서 투 트랙으로 흥행을 이끌 가능성도 높다.


한국 뮤지컬계 역시 뮤지컬의 영화화에 큰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이번 ‘위키드’와 더빙판의 흥행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여전히 한국 뮤지컬 영화에 있어서 흥행이 멀게만 느껴져왔던 만큼, 더빙판까지 흥행한다면 일말의 ‘가능성’을 보게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다만 이번 ‘위키드’의 초반 기세가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스크린에 내걸렸던 뮤지컬 영화 ‘영웅’과 ‘인생은 아름다워’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앞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2016)가 순조롭게 300만 관객을 돌파하고, 2020년 재개봉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라라랜드’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서 뮤지컬 영화는 대부분 큰 인기를 끌었다. ‘알라딘’을 비롯해 ‘라라랜드’ ‘맘마미아!’ ‘레마제라블’ ‘겨울왕국’ ‘위대한 쇼맨’ 등이 그 예다.


뮤지컬 영화는 곧 흥행이라는 공식이 자리를 잡았음에도 한국 뮤지컬 영화 불모지가 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국내 관객들이 뮤지컬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내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다. 영어로 노래하는 해외 뮤지컬 영화를 볼 때와는 달리 익숙한 언어에서의 같은 상황은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뮤지컬 영화 제작에 관심이 높은 한 뮤지컬 관계자는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뮤지컬 영화는 보여지는 것보다는 스토리 중심인 경우가 많은데, 해외의 뮤지컬 영화처럼 쇼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등의 대안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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