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 행보' 나선 한동훈…'당내 접점 확대' 새로운 장 여나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4.11.20 06:10
수정 2024.11.20 06:10

韓, 하루에만 6개 일정 소화하며 광폭 행보

'한국형 구급차'부터 '미술인 권리회복' 까지

세미나 주제도, 만나는 의원들도 '각양각색'

'윤한갈등 봉합 후 당내 접점 늘리기' 시각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사진 가운데)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 및 통상외교 강화 반안 현안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하루에만 6개에 달하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광폭 행보에 나섰다. 전부 여의도 내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대표 취임 이후 이처럼 다양한 일정을 소화한 게 사실상 처음이라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특히 정치권에선 한 대표의 이번 행보가 윤-한(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대표)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유죄 판결 이후 민생에 집중하겠단 시그널을 낸 직후에 나타난 것을 두고 의미가 있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대표는 19일 하루에만 당내 의원들이 개최한 토론회·세미나 등을 포함해 6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한 대표가 참석하지 않는 원내대책회의가 열리는 화요일엔 주로 통상 일정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루 만에 꽤 많은 일정을 소화했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첫번째 일정은 인요한 의원이 주최한 '한국형 구급차 2.0 국회전시회' 였다. 30여년 전 '한국형 구급차'를 직접 설계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한 인 의원이 현재 구급차는 간이침대가 운전자석 바로 뒤에 붙어 응급환자의 기도확보와 심폐소생 등 응급처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수렴해 응급처치 공간을 갖춘 새 한국형 구급차를 선보이는 자리였다.


한 대표도 이 전시회에 참석해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시스템적으로, 디테일 면에서도 환자의 안전과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고려되는지가 결국 그 나라가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며 "(인 의원이)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인 의원과 함께 대한민국의 구급차 수준과 질, 편의성을 높이는 길에 국민의힘이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인 의원의 전시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미가 따라붙었다. 하나는 한 대표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여야의정 협의체와 같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진심을 재차 보여줬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친윤계로 분류되는 인 의원의 행사에 일종의 품앗이를 나선 것 자체가 당내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이후 한 대표는 1시간 터울로 진행된 한국노총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노동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뒤 다시 국회로 복귀했다. 오후 1시 30분에 박성훈 의원이 주최한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 대표는 축사에서 "해양쓰레기는 바닷물을 비롯한 각종 해양자원의 오염으로 이어지고 수산물을 소비하는 다수 국민의 건강 또한 위협할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수산물의 오염은 우리 어촌의 정주여건 훼손으로 이어지면서 어촌 경제생태계의 건전성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국민의힘 전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과 나란히 앉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토론회 이후 한 대표의 발걸음은 30분 뒤에 열리는 김대식·박정하 의원이 공동주최한 '미술인의 권리회복을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로 옮겨졌다. 한 대표는 이 세미나에서도 "우리나라가 점점 더 잘 살아지고 있는 만큼 정서를 많이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되면 더 좋을 것 같다"며 "그러기 위해선 정치가 어느 정도 제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김기현 의원이 19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세미나 직후 한 대표는 박상웅 의원이 주최한 '세계역사 주도 초일류국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강연에 참석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 강연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 위대한 나라를 여러분들이 만드셨다"며 "다만 오늘의 이 강연은 이 위대한 나라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길을 같이 가자는 뜻으로 이해한다. 여러분과 함께 조언의 말씀을 들으면서 위대한 나라를 더 위대하게 만드는 길을 한번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한 대표의 발언은 국회본관에서 여의도연구원이 개최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한미동맹 및 통상외교 강화 방안'에서 나왔다.


한 대표는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트럼피즘 무대는 많이 익숙하다. 불확실한 게 확실하지 않느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며 "우리 안보를 지키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연성 있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핵 농축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원자력 협정 개정을 포함해서 충분히 정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대표가 이와 같은 일정을 소화하는게 이례적인 것은 아니지만, 당내에선 한 대표의 이날 행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고 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나는 윤한 갈등이 봉합 국면을 맞으면서 당내 의원들과의 접점 확대를 통해 화합을 이뤄내기 위한 움직임이고, 또 하나는 민심 중심의 정책 기조에 신경쓰고 있단 걸 다수의 행보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또 한 대표는 지난 15일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후 민생 현안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대표 선고가 '반짝' 반사이익에 그치는 것을 경계하고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한 대표가 직접 다양한 민생 현안과 사회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토론회와 세미나를 직접 돌면서 얘기를 들으러 다녔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한 대표가 이날 참석한 세미나와 토론회의 주제들이 △구급차 전시회 △해양쓰레기 관리 개선 △대한민국 국가 발전 강연 △미술인 권리회복 △트럼프 2기 정부 대응 방안 등 다양한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의원이 세미나나 토론회를 하면 당직자들은 물론이고 다른 의원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참석 요청을 하는데 당대표가 직접 참석하면 그 주목도 자체가 달라진다"며 "여의도에서 의미없는 일정 행보는 없다. 한 대표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회관에서 보낸 것은 의원들과 많이 만날 수 있고 얘기 나눌수 있어서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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