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금융 검사만 반년…성장 시계 '올스톱'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1.19 11:01
수정 2024.11.19 11:35

정기검사 1~2주 연장될 듯

행장 선임·M&A 등 '부담'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전경. ⓒ우리은행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시작된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칼끝이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우리은행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까지 들어갔다. 우리금융 내부는 숨죽이는 분위기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종료되지만 차기 행장 선출은 물론 비금융 분야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7일부터 진행 중인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일주일 연장했다. 당초 정기검사는 6주간 이뤄지며 이달 15일에 종료될 예정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정기검사가 계획한 날짜대로 딱 맞춰 끝나지 않는다"며 "검사가 끝나도 결과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1~2주 연장되는 것이 다반사"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우리금융의 정기검사는 1년이나 빨리 앞당긴 것으로 검사 강도가 다르다.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고를 비롯한 잦은 금융사고와 동양·ABL생명 M&A추진의 타당성을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으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현장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9월에는 정기검사를 위한 자료수집 등의 사전검사를 진행했다. 우리금융으로선 반년째 금감원의 검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어수선하다. 금감원 검사가 계속되는 한편, 검찰의 칼날도 우리금융을 향했다. 검찰은 전날 부당대출 의혹 관련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사무실을 포함한 지주와 은행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관련 영장에 조 행장을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굵직한 사업 일정들을 소화하는데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비금융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정기검사와 함께 진행중인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으면 M&A가 무산된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도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르면 임기 만료 한달 전에는 최종 행장 후보자 추천이 완료돼야 한다. 지난달 우리금융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초천위원회(자추위)는 1차 회의를 가지며 본격 가동됐지만, 롱리스트 발표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조 행장 선임 당시 64일에 걸쳐 오디션 방식의 승계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외부에 공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한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우리금융은 오는 22일 비공개로 정기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르면 조 행장이거취도 이 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말에는 우리금융의 차세대 슈퍼 애플리케이션(앱) 'New WON(뉴원) 뱅킹'이 출시된다. 뉴원 뱅킹은 우리은행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집약한 서비스다. 은행 뿐만 아니라 카드와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을 하나로 연결하는 슈퍼앱이다. 이를 위해 우리금융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IT개발인력도 확충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앱 출시 기념 대대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작하기 전부터 분위기가 위축됐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급’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조 행장의 거취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그는 취임 후 대출이 불법적으로 이뤄진 과정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 '보고의무 위반')를 받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CEO급까지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인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금융사고 미보고로 제재를 받을 수는 있지만, CEO까지 책임져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은 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몰아붙이는 상황에서 평소와 같이 경영 활동을 한다는 자체가 매우 부담일 것"이라며 "정기검사를 1년 앞당기고, 이미 검사가 끝난 사안에 대해 추가 검사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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