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크다고 못생겨질 필욘 없잖아"… '고집 불통' 아우디 Q8
입력 2024.11.24 06:00
수정 2024.11.24 06:00
아우디 Q8 50 TDI 시승기
큰 덩치 비웃는 듯 '유려한' 디자인 고집
원하는 만큼 밟아봐… '돈 쓴 맛' 나는 주행감
전기차는 아직?… 가장 완벽한 '마지막 디젤차'
코로나19 이후 한국 자동차 시장의 대표적 변화를 꼽자면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활약이다. 차박, 캠핑 등으로 집만큼 편안하고 커다란 차를 원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조그마한 한국땅에서도 커다란 차들을 심심치않게 마주칠 수 있게 됐다. 커다란 몸집에 걸맞게 마주치는 사람을 모조리 기죽이는 성난 외모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다.
대부분 브랜드가 대형 SUV 시장의 통념처럼 여겨지는 '거친 외모'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아우디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집스런 디자인으로 맞서면서 눈길을 끄는 브랜드 중 하나다. 아우디 SUV 라인업을 아우르는 디자인 철학을 두툼한 덩치에도 예외없이 적용하면서다.
시대를 벗어나는 아우디의 고집은 과연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아우디의 대형 SUV인 Q8을 직접 시승해봤다. 서울서부터 인천 영종도를 찍고 돌아오는 약 150km의 구간을 고속도로 위주로 달려봤다. 시승모델은 Q8 50 TDI, 가격은 1억 2480만원이다.
주차장 저멀리서 Q8을 가만 보고 있자면 과연 아우디의 플래그십 대형 SUV답다. 멀리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포링과, 주변에 놓인 차량들을 단연 압도하는 크기가 그렇다. '조명가게'라는 별명을 갖게해준 날렵하고 섬세한 조명들도 아우디의 최고급 SUV임을 단박에 알게 해준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섰더니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 제원상 작은 수치가 아닌데도 멀리서봤던 것 보다 작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여기저기 각진 외모가 아니라 곡선으로 처리된 부드럽고 입체적인 몸매 때문이었다.
아우디 Q8은 대형 SUV라고 해서 무뚝뚝하게 툭툭 떨어지는 각진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았다. 앞모습부터 통통하게 부어오른 보닛과 입체적으로 둥글게 떨어지는 전면이 인상적이다. 올 블랙 색상의 대형 SUV라면 우락부락하고 강인한 얼굴을 떠올리기 쉽지만, 오히려 Q8은 정장을 잘 차려입은 슬림한 모델 같은 느낌이 강하게든다. 덩치가 돋보이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스워보이는 인상은 또 아니다.
측면으로 돌아서면 곡선이 강조된 부드럽고 유려한 디자인이 잘 드러난다. 볼륨감 있는 보닛과 부드럽게 넘어가 후면에선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까지 군데군데 보는 재미가 있다. 도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은 섹시한 느낌을 내고, 2열 도어 하단에 작게 박힌 포링은 차에 탈때마다 눈에 보여 흐뭇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포인트다.
후면도 통통하고 전면과 같이 볼륨감 있게 처리됐다. 램프 장인 답게 정교하게 칼집을 낸 리어램프가 인상적이고, 경사진 후면 유리는 거대한 몸집을 날렵해보이게 하는 요소다.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절제된 디자인이 특징이다. 1억을 훌쩍 넘기는 럭셔리 브랜드만의 화려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포링으로 달랜 외관의 아쉬움은 차 문을 열어젖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빨간색으로 물든 화려한 시트와 아우디 특유의 깔끔한 센터페시아가 잘 어우러지면서다. 도어트림, 천장 등 군데군데 적용된 스웨이드 마감은 고급차 특유의 만족감을 배가시킨다.
시트색상을 제외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한 요소는 없지만, 적당히 정리된 내부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특히 운전석에 앉았을때 대형 SUV 답게 널찍한 내부 공간이 여유로운 기분을 들게 해주고, 조수석 앞 깔끔하게 디자인된 '콰트로' 표식도 고급감을 올려주는 요소다. 센터콘솔과 도어 암레스트 등에 적용된 가죽도 럭셔리한 감성을 더해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앙 디스플레이가 넓은 내부 대비, 요즘 출시되는 모델들 대비 작단 점이다. 모델체인지를 거친 지 4년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디스플레이 아래 배치된 터치식 공조 조절 디스플레이도 안쪽으로 쑥 꺼진 각도 탓에 운전 중 조작할 때 팔을 뻗어야해 다소 불편한 요소였다.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운전 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요소는 큰 차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쉬운 운전'이었다. 오랜시간 쌓아온 독일 럭셔리브랜드 답게편안하면서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주행감이 일품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넘치는 힘은 고속도로에서 마음껏 밟을 수 있게 자신감을 더해준다. 아우디 Q8은 3.0L V6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TDI) 엔진과 8단 팁트로닉 변속기에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가 더해지면서 '원하는 만큼' 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최대출력은 286마력, 최대 토크는 61.18kg.m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 시간은 6.3초에 불과하다.
스티어링휠은 누가 운전하더라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고 안정적이다. 흔들리기 쉬운 고속 커브 구간에서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스티어링휠이 승차감을 유지시켰는데, 아우디 기술 중 하나인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이 제대로 체감됐다. 어떤 조향에서도 스티어링의 움직임을 최적의 각도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커다란 덩치에도 불구하고 짧은 회전반경은 '쉬운 운전'에 기여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연비는 11.5km/l. 디젤 엔진 치고 만족스럽지 못한 연비지만, 커다란 차체를 힘있게 굴리는 대가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만 하다.
대형 SUV 시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왠지 모르게 획일화돼있다고 느껴진다면, 가격대 기준을 높이더라도 매력적인 모델이 필요하다면 Q8은 충분히 고려해볼 만 하다.
시대의 흐름이 전기차로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하이브리드 없이 내연기관과 전기차만 운영하는 현재 아우디 Q8의 특성상 '마지막 내연기관차'를 고민하고 있다면 괜찮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디젤 엔진이라는 점이 영 마음에 걸린다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Q8을 시승해보길 권한다.
▲타깃
- 디젤 마니아들의 '유종의 미'
- "대형 SUV도 예뻤으면"… 디자인 중요한 당신
▲주의할 점
- 디젤에 부과되는 '세금', 앞으로 더 많아질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