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노조 성과급 타령을 왜 한남동 주민들이 들어야 하나"
입력 2024.11.18 10:28
수정 2024.11.18 14:06
교섭과 무관한 서울 한남동 주택가 민폐 장외 시위 이어가
현수막과 피켓 동원해 인근 주민들의 출근과 등교 등 아침 일상 지속 해쳐
“일반 기업 관련 시위를 여기서 벌이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위 목적이 자신들 성과급 관련 내용 같은데, 일반 시민들이 왜 그 사안에 공감해야 되고 호소 대상이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18일 오전 서울 한남동에서 벌어진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의 피켓 시위에 주위를 오가던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작년 영업이익의 2배를 성과급을 내놓으라며 지난달 26일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시작된 현대트랜시스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트랜시스 서산지회)의 시위는 이날까지 7번째다.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이들의 시위는 인근 주민들의 출근과 등교는 물론, 주말의 평온한 일상까지 방해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달 8일부터 한 달 넘게 지속하던 파업을 종료하고 지난 11일부터 정상 출근했지만, 임금 단체협약(임단협) 교섭과는 무관하게 한남동 주택가 시위는 이어가며 인근 주민들의 불편도 지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주택가 시위가 대중적 관심을 끌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애꿎은 시민들을 볼모로 한 인질극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위와 집회 장소는 목적과 대상을 고려해 정해져야 하는데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교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서울 주택가에서 벌이는 시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애꿎은 시민을 볼모로 사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다시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노조 파업으로 현대트랜시스가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현대차그룹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차‧기아 자동차 생산까지 일부 차질을 빚고 영세 협력사들이 도산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시위를 지속하며 사측과 대립하는 모습에 우려가 크다.
현대트랜시스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 11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그 일환으로 경영진을 포함한 모든 임원들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키로 하며 노조에 위기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사측은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그 2개 규모를 요구하고 있어 노사간 입장차가 크다.
사측은 지난달 31일 18차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9만6000원 인상(정기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급 및 격려금 400%+1200만원을 제시했다. 1인당 평균 2560만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트랜시스 역대 최고 성과급으로, 총 재원이 지난해 영업이익(1169억원)의 92%에 해당하는 1075억원에 달한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전체 영업이익 1169억원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노조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전액을 성과급으로 내놓는 것은 물론,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빚을 내서 마련해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