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尹 대국민담화…한동훈 '5대 요청' 수용이냐, 플러스 알파냐 [정국 기상대]
입력 2024.11.05 00:15
수정 2024.11.05 01:11
한동훈, '尹 필요한 조치' 요청한 당일 저녁
윤 대통령 "7일 대국민담화·회견" 전격 결단
일단 "더 많은 소통" "적극적 조치" 요구 부합
지지율 하락 원인 '여사 문제' 조치 수위가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 씨와의 녹취와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작금의 모든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전부 답하는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을 갖기로 전격 결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직접 사과해달라는 요청이 있은 날 저녁의 '전격 결단'이라, 한 대표의 요청이 수용될지 아니면 윤 대통령이 그 이상의 조치를 내놓을지 또는 그에 못 미치는 조치에 머물지 정치권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명 씨의 통화 녹음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께 사과의 뜻을 밝히라는 것이다.
이어 한 대표는 "대통령은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내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며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녹취 공개 이후 사흘간 침묵을 이어가던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접적인 대국민사과를 요청하게 된 배경에는 위기를 맞은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당정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정부·여당이 공도동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선 이 같은 한 대표의 입장에 "동조한다"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같은 회의에서 "정치의 기본은 민심이다. 국민들은 잘못을 인정하면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민심의 역풍을 이기는 방법은 국민께 겸손해지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김종혁 최고위원도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지고 (국정운영) 반대가 70%를 넘는 이 끔찍한 현실을 언제까지 모른 체할 것이냐"라며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대통령실이 바뀌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회피하고 비겁한 변명만을 늘어놓다가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인지,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고 용기를 내서 변화와 쇄신을 해나갈 것인지 이제는 선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는 친한(친한동훈)계 뿐만 아니라 친윤(친윤석열)계로부터도 '즉각적인 조치'에 대한 필요성 지적이 잇따른 것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미 순방 일정을 다 마치고 월말에 입장을 발표하다가는 자칫 호미로 막을 수 있던 상황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국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같은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실은 적극적·주도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국면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겠다'라고 한 말이 국민들에 알려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른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 3선 의원들도 이날 긴급 간담회를 갖고 당과 대통령실 모두에 민심에 따르기 위해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더 많은 소통으로 분열하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국민담화 결단은 이러한 '더 많은 소통' 요청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관측이다.
관건은 이날 한 대표가 공개 요청한 △윤 대통령의 진솔한 대국민사과 △'여사 라인'을 비롯한 대통령실 인적 개편 △내각의 쇄신 △김건희 여사 모든 대외활동 즉각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등 '5대 요청 사안'이 어느 수위에서 수용되느냐에 달렸다.
특히 이 중 △'여사 라인' 척결 △여사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 배우자를 감찰 대상으로 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맞닿아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31일~지난 1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김건희 여사 문제"라고 답한 이가 19%로 없음·모름·응답거절(28%)을 제외하고 가장 많았다. 주관식 자유 응답인데도,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김 여사 문제를 지목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 대표가 쇄신책을 공개적으로 건의한 당일에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예고로 이에 호응하는 모양새가 결과적으로 연출된 만큼, 한 대표의 요구가 일부라도 반영되면서 보수 진영의 결집과 함께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정권재창출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변곡점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당내 친한계 인사는 "(쇄신책 요청에서) 인사권을 언급한 건 월권을 하겠단게 아니라 김 여사 문제 말고도 의정갈등이나 물가 같은 국정 운영과 관련한 국면을 전환하는 힘이 여전히 대통령실에 있단 걸 보여달란 것"이라며 "한 대표가 꾸준히 내는 메시지 중 하나가 정권재창출이다. 보수의 철학은 같이 하는 대신 내용이나 방식에서 차별점을 둬 더 나은 보수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 위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반면 지난 4·10 총선을 불과 아흐레 앞두고 윤 대통령이 의정 갈등과 관련해 51분간 홀로 입장을 밝혔던 '51분 담화'와 같은 사태가 재연되면, 모처럼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잡은 담화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민주당이 지금도 뭘 쥐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 여사 관련 부정적인 여론이 이만큼 크다는 건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얼마나 더 내려갈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라며 "특히 우리 당의 뿌리인 TK(대구·경북)나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 않느냐. 한 대표의 요구가 일부라도 반영되지 않으면 지지층 결집도 물 건너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친윤계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예민한 사안들을 대통령실과 물밑에서 조율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여전한 불만을 갖고 있다. 뭔가 쇄신 조치를 하고 싶어도 한 대표의 요청에 '떠밀리듯' 하는 것처럼 비치게 되면, 윤 대통령의 성정상 이를 받아들이기가 더욱 쉽지 않아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인적쇄신 등등은 한 대표가 지난 금정 선거때부터 계속 해왔던 얘기다. 별로 새로운 건 없다"며 "한 대표가 얘기를 꺼내자 민주당은 물론이고 개혁신당에서도 사실상 똑같은 워딩으로 윤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다. 굳이 꼭 공개적으로 해야 했던 말인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