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눈앞 한동훈, '격차해소' 브랜드 띄우기 나섰다
입력 2024.10.29 06:10
수정 2024.10.29 08:15
韓, 3번째 현장 방문에서 "보수 실질은 강강약약"
"우리는 인식의 차이를 바꿀 것" 이재명과 차별화
'김건희 리스크'로 물든 '당내 시선' 돌리는 효과도
당내선 "韓, 격차해소 상징 만들면 민심 끌어올 것"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이 핵심 정책 기조로 내세운 격차해소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표 취임 100일을 앞둔 만큼 민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고취시키는 한편, 차기 대권 경쟁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내든 '먹사니즘'과 대비되는 자신만의 '정치적 상징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대표는 28일 오전 당 격차해소특위와 서울 동작구 서울가족플라자를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열고 "우리(보수)의 실질은 '강강약약'(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이라고 강조하며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대표가 격차해소특위와 현장을 직접 방문한 건 이번이 3번째다.
그는 "보수당은 '강약약강' 이미지가 있다. 기득권을 지키고 성장만 말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보수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물론 약자가 무조건 옳지는 않다. 그래도 적어도 정책·디자인에서는 그런 정신이 유효하다"며 "우리의 실질은 '강강약약'"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격차해소특위 활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 동안 한 대표의 활동이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를 목표로 한 대통령실과의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이 같은 한 대표의 발언과 활동 역시 김 여사 관련 의혹으로 급속도로 악화된 민심을 되살리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너무 당정 갈등 일변도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었다.
이에 한 대표는 이날 성별·연령·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제품·서비스를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시설인 서울가족플라자를 방문해 격차해소를 향한 직간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치중했다. 서울가족플라자는 단차 없는 주차장, 완만한 경사와 손잡이 등이 대표적인 격차해소 디자인이 적용된 시설이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특별함을 기본으로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됐고, 디테일을 올릴 때가 됐다. (시설 유지가) 돈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돈 문제가 아닌 생각의 문제,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그 인식의 차이를 바꿔야 한다"라며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한 대표가 이날 현장 방문으로 두 가지 이점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첫번째는 김 여사 리스크 대응으로 한 대표에게 씌워진 '당정갈등'으로 소모된 이미지를 '민생'으로 재단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물론 이날 현장 방문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걸 배제할 순 없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갑자기 민생으로 전환하면서 한 대표는 '멀티가 가능하다'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며 "동시에 김 여사 리스크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것 자체가 민생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로 분류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꺼내는 '먹사니즘'에 대항할 수 있는 한 대표 만의 '정치적 상징성'을 굳히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앞서 이 대표는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의 '먹사니즘'을 자신의 정책적 상징으로 삼으면서 '전국민 25만원 지원' 등을 기치로 내건 바 있다.
이에 비해 한 대표는 격차해소라는 상징적 정책을 띄워놓긴 했지만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당이 혼란한 상황에서 성별·연령·장애 유무를 넘어선 격차해소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이 대표에 맞설 정책적 구체화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원외 관계자는 "지역구가 있는 의원들 뿐 아니라 수도권 중심으로 25만원 지원에 대해 국민의힘이 거들어주는게 뭐냐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 격차해소특위에서 반도체·인공지능·플랫폼 기업에 리쇼어링 기업이 받는 세제 혜택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느냐. 이걸 시작으로 한 대표가 특위에 힘을 실어서 자신의 상징으로 삼는다면 민심을 끌어오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