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최효비 작가의 유연한 변주 [작가 리와인드(14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4.10.28 08:37
수정 2024.10.28 08:38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 이어

웹툰 원작 영상화 도전한 최효비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16년 4부작 드라마 ‘베이비시터’로 처음 시청자들을 만났던 최효비 작가는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해 한국 시청자들의 정서를 겨냥했다.


지금은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정년이의 성장과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뭉클한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충격 반전부터 뭉클한 여운까지. 최효비 작가의 유연함


최 작가의 첫 작품인 ‘베이비시터’는 유복한 집안의 세 아이를 돌보는 보모와 그 집의 남편과 아내에게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 드라마다. 4부작으로 다소 짧은 분량이었지만, 각종 미스터리로 흥미를 유발한 뒤 깜짝 반전으로 충격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의 장점들을 착실하게 구현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보모로 들어온 석류(신윤주 분)가 알고 보니, 은주(조여정 분)의 남편 상원(김민준 분)을 유혹하기 위해 일을 꾸민 것이었고, 이를 은주가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스릴 넘치게 담아냈다. ‘불륜’이라는 흔한 소재였지만, 각 캐릭터들의 욕망이 납득 가능하게 그려져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었다. 위험한 삼각관계가 주는 아슬아슬함에, 석류와 상원의 친구 영균(이승준 분)의 죽음을 둘러싼 반전까지.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로 역량을 입증한 최 작가였다.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분위기를 바꿔 청량한 로맨스로 돌아왔다.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로, 대만의 인기 드라마 ‘상견니’가 원작이었다.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만큼 부담감이 큰 작품이었다. 그러나 최 작가는 시간을 넘나드는 ‘상견니’의 기본 설정과 매력은 가지고 가되, 사건의 핵심이 되는 카세트플레이어와 테이프 속 음악을 한국적 정서에 맞게 변주해 추억을 자극했다. 여기에 살인사건의 범인에도 변화를 줘 같은 듯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하며 ‘상견니’ 팬들과 일반 시청자들까지 함께 아울렀다.


타임슬립 과정을 각색해 ‘미스터리함이 줄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대신 빠른 전개로 속도감을 살리면서 동시에 청춘 멜로의 풋풋한 매력은 배가하며 ‘대중성’을 확대했다는 평도 받았다.


‘정년이’ 또한 인기 웹툰이 원작으로 원작 팬들과 시청자들의 동시에 사로잡는 것이 숙제로 여겨졌었다. 이 과정에서 원작 속 정년이와 함께 깊은 감정을 나누며 그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용이가 삭제돼 아쉬움을 사기도 했으나, 국극의 매력에 푹 빠져들며 각성을 시작한 정년이의 초반 서사를 차근차근 쌓아나가며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고 있다.


정년인은 물론, 정년의 국극 도전을 반대하는 엄마 채공선(문소리 분)부터 갈등하며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영서(신예은 분), 정년의 도전을 돕는 옥경(정은채 분)까지. 주변 인물들의 감정 또한 놓치지 않고 포착하며 풍성함을 배가 중이다.


‘정년이’ 또한 전작의 로맨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시대극이지만, 유연하게 변주를 주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최 작가가 정년이의 성장기를 어떻게 납득 가능하게 그려낼지 기대가 된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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