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인정에…북한도 결국 '우크라이나 파병' 사실상 시인
입력 2024.10.26 00:10
수정 2024.10.26 06:13
북한 외무성 부상 "그런 일 있다면 국제법 부합되는 행동"
앞서 푸틴도 '북한 참전' 시인…"우리들이 알아서 할 일"
"북, 은폐키 어려울 땐 정당화…'파병 사실'도 마찬가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에 파병하는 형태로 가담했음을 시인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영상이 공개되는 등 정황이 날로 뚜렷해지는 가운데 러시아 측이 먼저 파병 사실을 인정해, 북한 또한 더 이상은 파병 사실을 숨길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은 2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빌려 밝힌 입장에서 "최근 국제보도계가 여론화하고 있는 우리 군대의 대(對)러시아 파병설에 유의했다"며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장병들끼리 한국어로 나누는 대화가 담긴 영상이 공개되는 등 관련 정황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는데다, 북한군의 전선 투입이 임박했기에 향후 포로가 나오게 되면 파병 사실을 더 이상은 숨길 수가 없게 되므로 사전에 외교적 수사로 애매하게 시인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이 오는 27~28일 전투지역에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언급을 하며 사실상 북한군의 파병을 인정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맹주 러시아가 파병을 인정한 마당에 종속적 지위에 있는 북한만 마냥 파병을 숨기는 것은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카잔에서 막을 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의 질문에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이 러시아와 북한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비준했고, 이 조약에는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있다"며 "북한 지도부가 이 합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조항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차례로 파병이 사실상 시인하면서 우리와 미국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오는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SCM을 개최하고 이와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는 양국 국방 분야와 외교 분야 고위 관계자들도 함께 참석한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더 이상 파병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이 되면 180도 돌변해 오히려 파병이 정당하다고 나올 것으로 봤다"며 "북한은 항상 그런 식으로 해왔다. 최대한 은폐하다가 더 이상 은폐하기 어려울 때 입장을 180도 바꾸곤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핵무기 개발 안 한다' 얘기를 계속 하다가 더 이상 숨기지 못하게 되니 핵무기 개발이 정당하다고 얘기를 하지 않느냐"라며 "이것과 똑같은 것이다. 이게 북한의 대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우리의 전쟁도 아니니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들을 세심히 관리할 필요는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