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용인가, 표절인가…챗GPT로 과제·논문에 시험까지 [데일리안이 간다 89]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입력 2024.10.22 05:18
수정 2024.10.22 05:18

챗GPT 출시 2년 만에 교육 현장서 사용 사례 급증…부작용 이어지며 지침 요구 쇄도

일부 대학에서는 챗GPT 활용 적극 권유…표절 등 우려한 몇몇 대학은 사용 막기도 해

"챗GPT 활용하면 시간 절약하는 등 효율적이지만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지는 의문"

전문가 "챗GPT 활용 능력 중요…새로운 교육 모델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시 필요"

오픈AI 챗GPT 로고.ⓒ연합뉴스

지난 2022년 처음 출시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가 급속도로 일상화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사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과제와 시험, 논문 등에도 챗GPT를 사용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고 올바른 활용 방안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챗GPT를 통해 얻은 정보를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는 지난 2022년 11월 첫 출시됐다. 이듬해부터 안정화된 베타인 GPT 4 모델을 내놓으며 대학가를 중심으로 교육 현장에서 챗GPT를 활용하는 문화가 확산했다. 초기 버전은 길어야 2~3 문장 정도로 간단한 답변을 내놓는 수준이었지만, 최신 버전은 거의 1페이지에 달하는 긴 문단까지 무리없이 작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대학가의 반응은 두 갈래로 확연하게 나뉜다. 하나는 챗GPT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학습이며 이를 적절하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고려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울과학기술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과제나 시험, 논문 작성 중 챗GPT를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전공 관련 내용을 챗GPT에 질문하고 정확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경희대는 시험 중 챗GPT를 활용하는 '오픈 챗GPT 테스트'를 시행 중이다.


반면 스스로의 탐구 없이 AI의 답변에 의존하는 것은 '표절'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가진 대학도 있다. 연세대는 작문 수업 중 챗GPT의 답변을 표절한 과제를 0점 처리했다. 중앙대는 챗GPT를 표절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챗GPT 활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사전에 이용을 막겠다는 의도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챗GPT.ⓒ데일리안 허찬영 기자

실제로 최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했더니 A+를 받았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해당 후기는 개인의 역량이 아닌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해결했음에도 높은 학점을 받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1일 데일리안은 대학(원)생을 만나 과제나 논문 작성 등에 챗GPT를 사용한 경험을 들어봤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대학생 강모(22)씨는 "주변에 동기나 선후배들을 보면 전공 수업의 과제나 시험공부를 할 때 당연하게 챗GPT를 활용하고 있다. 저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번 학기부터 챗GPT를 사용해 과제를 하고 있다"며 "챗GPT를 사용하면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과제 할 때보다 시간적인 면에서 확실히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챗GPT의 답변을 거의 받아적는 식으로 과제를 해결하다 보니 '과연 이게 내가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최씨의 추가 답변 요구에 챗GPT가 답변을 생성하고 있다.ⓒ챗GPT 화면 캡처

대학원생인 최모(27)씨는 "최근 졸업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챗GPT를 활용해 봤더니 너무 편리하더라. 대학원생 특성상 논문 작성 외에도 전공과 관련된 실험이나 랩 미팅 준비 등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챗GPT를 사용한 뒤로 마음의 짐을 하나 덜어낸 것 같다"며 "최근 챗GPT 활용 범위에 대해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챗GPT의 답변을 인용하기보다는 논문 작성에 참고하는 수준으로 활용하는 등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AI 사피엔스'의 저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은 "챗GPT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은 당연히 가르쳐야 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해야 한다. 챗GPT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람의 업무 역량이 크게 차이 나기 시작하는 등 챗GPT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챗GPT를 활용해 얻은 지식을 확실하게 습득해 체계화하는 기술이 매우 중요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의 방식도 학생이 챗GPT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발표 형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경호 한국에너지공대 에너지공학부 교수는 "챗GPT가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고 생각하던 창작 활동을 대신 해주고 있다. 최근 연구실에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당수의 학생은 챗GPT를 과제의 주요 저자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며 인문 사회 분야의 과제를 챗GPT로 수행하는 경우 학생들 스스로 수행 능력 강화에는 도움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한 경우 학생이 직접 과제를 한 것과 분간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챗GPT 사용에 제한을 둘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챗GPT를 활용한) 새로운 교육 모델과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허찬영 기자 (hc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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