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갈 길 먼 '상장 삼수생'…성공 위한 과제 '셋'
입력 2024.10.21 15:59
수정 2024.10.21 16:00
수요예측 '참패'…반년 후 '다시'
업비트 의존·실적 거품 등 논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유가증권시장 입성 재도전이 좌초됐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여러 우려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수요예측에 참패한 것이다.
케이뱅크는 반년 후인 내년 초 재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지만, 상장에 성공하기 위해선 독자적인 성장 가능성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상장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10~16일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결과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경쟁률에 따라 공모가를 확정하고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케이뱅크가 설정한 희망 공모가 범위는 9500원~1만2000원이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희망 공모가 범위의 하단 아래인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 대다수가 희망 공모가를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더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수요예측에 참여조차 하지 않은 기관들도 여럿 있었다는 후문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수요예측 결과 총 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7년 첫 삽을 뜬 케이뱅크는 올해 초 IPO를 연간 목표로 지난 8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았다. 이후 9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상장을 준비해 왔다. 상장 연기 발표 3일 전이었던 지난 15일에는 최우형 은행장이 직접 나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가치를 홍보 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
업계에선 케이뱅크의 세 번째 도전이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따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지난해 IPO를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IPO를 연기하거나 취소했고, 케이뱅크 역시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렵단 판단 하에 재도전을 기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케이뱅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에 따른 결과란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금융권은 케이뱅크의 상장에 대한 우려가 공식적으로 드러난 만큼 우선적으로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독자생존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이 20% 수준인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며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에만 854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업비트 예치금에 대한 이자 비용만으로 연간 86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비트 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면 잠재적 위험은행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만큼 케이뱅크의 영업이익과 고객 수 등의 변동성이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건전성이라든가 운영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중요한 리스크 요소인 건 맞다”고 답했다.
실적에 낀 거품도 케이뱅크가 역량을 증명해 내야 할 부분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실적을 견인한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 효과를 보면서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담대는 확실한 담보물을 전제로 한 대출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정부가 가계대출 조이기를 계속하고 있어 향후 수익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중소기업(SME)대출 등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 또한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오히려 자산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인터넷은행 3사 중 가장 낮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문제로 꼽힌다. LCR은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은행이 최소 30일 동안 예금 유출에 대비해 고유동성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LCR은 184.67%로 집계됐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708.50%), 토스뱅크(676.75%)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케이뱅크는 최근 수신잔액을 늘리기 위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상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공모 구조 등을 개선해 조속히 다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상장 과정에서 올바른 기업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