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수요 자극할라…오락가락 디딤돌대출, 시장 혼란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4.10.21 16:02 수정 2024.10.21 17:28

21일 규제 전면 시행 앞두고 시장 반발에 돌연 유예

‘내 집 마련’ 정책 대출, 갈지자 행보에 실수요자 불안↑

패닉바잉·양극화 부추겨…“디딤돌 잡는다고 가계부채 안정 안 돼”

정부가 서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활용되는 정책 대출인 ‘디딤돌대출’ 규제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서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활용되는 정책 대출인 ‘디딤돌대출’ 규제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정책 대출 규모를 되도록 축소하지 않고 운영하겠다고 밝혔다가 돌연 대출 제한 카드를 꺼낸 것인데, 시장 반발이 거세지자 다시 유예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어설픈 정부 정책이 시장 불안만 부추긴단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시중은행 전체 시행 예정이던 디딤돌대출 규제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매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부부 4억원)까지 연 2.65~3.95% 저리로 빌려주는 정책 대출 상품이다. 신생아특례대출도 디딤돌대출에 포함된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HUG는 시중은행에 디딤돌대출 한도를 축소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구체적으로 ▲방 공제(소액임차보증금) 필수 진행 ▲생애최초 LTV(80%→70%) 축소 ▲준공 전 신축 단지를 담보로 하는 후취담보 제한 등이 담겼다.


정부는 8월 디딤돌대출 금리를 소득 구간별로 0.2~0.4%p 올린 데 이어 예고 없이 대출 한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정책 대출은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며 “정책대출 대상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여서 시장 반발은 더 거셌다.


대출이 제한되면 입주를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은 디딤돌대출을 통해 잔금을 치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던 수요자들도 대출 한도가 줄어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가령 3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대출 한도가 2억1000만원에서 1억5500만원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무주택자·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주로 이용하는 정책 대출인 데다 실질적인 내 집 마련에 활용되는 상품인 만큼 규제에 앞서 배려가 부족했단 목소리가 나온다.


각종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디딤돌이 막힌다고 해서 다른 대출 상품을 알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서민을 위한다면서 매번 사지로 몰아넣는 건 정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대출 한도 축소 조치를 유예하면서 수요자들은 일단 한숨 돌렸단 반응이다.


다만 국토부가 ‘잠정 연기’일 뿐 ‘전면 유예 및 철회’는 아니라고 밝혀 시장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24일 종합감사 전 결론을 내리기로 한 만큼 여전히 대출 제한 가능성은 열려있다.


업계에선 다시 규제가 강화되기 이전에 서둘러 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풀 꺾인 ‘패닉바잉’ 움직임이 두드러질 가능성도 적지 않단 지적이다.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6억8114만원이다. 서울 대부분의 주택 가격이 디딤돌대출 가능 금액을 넘어서는 만큼 대출 제한에 따른 영향은 수도권 외곽, 지방이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제공하는 정책 상품까지 손을 댄 것은 선을 넘었다”며 “디딤돌대출을 규제한다고 주택시장과 가계부채가 안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부동산시장 문제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만 과열되는 양극화다. 지방은 오히려 부양해도 모자란 데 규제를 한다는 건 가뜩이나 떨어진 정책 신뢰를 더 떨어뜨린 격”이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아닌 3년 유예,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당초보다 두 달 연기하는 등 반복되는 정책 잘못이 시장을 더 왜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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