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에도 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은 여전히 ‘고(高)’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입력 2024.10.18 07:00 수정 2024.10.18 07:00

이달 내 인하 결정·고려 ‘無’…16개사 이율 9%↑

실제 반영에 시간 필요…향후 인하 폭 미미 전망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여전히 10%대를 육박하는 수준에서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낮아지더라도 리스크 비용, 업무·시스템 비용 등이 포함된 가산금리 때문에 향후 이자율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국내 29개 증권사 중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변경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를 논의하고 있는 곳도 아직 없는 상황이다.


신용융자거래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받고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것으로 ‘빚투’라고도 불린다. 보유 자금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때 유용하지만 주식 매입 후 만기까지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에 의해 강제로 주식을 처분당할 수 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가파르게 오른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1~90일 기간 기준 비대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으로 9.9%의 금리를 나타냈다.


아울러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각각 9.8%, DB금융투자가 9.66%,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양증권이 각각 9.5%의 금리를 기록했다. 이에 전체 28개 증권사 중 16개사의 금리가 9%를 상회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당 이자율 선정에 일정한 기준이 없어 증권사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얻기 위해 두 자릿수대 이자율을 설정하면서 ‘이자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32개 증권사가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받은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2조92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2조6472억원수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해 10% 늘어나기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에 지난 3월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가 ‘금융투자회사의 대출금리 산정 모범규준’ 개정을 통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변동 기준은 직전 3개월 평균 양도성예금증서(CD) 수익률로 통일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와 내년 국내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가더라도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의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는 CD 금리에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산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이달 10월 초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CD 수익률 변동의 영향으로 기준 금리가 0.02~0.04%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리스크 프리미엄 등으로 가산금리가 0.02~0.04%포인트 상승했기 때문에 실제 이자율은 변동이 없었다.


증권업계는 기준금리 등이 하락하더라도 이를 대출 이자율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입장이다. 시장금리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을 진행했을 당시의 금리, 업무 원가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에 들어간 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신용융자 이자율 변동 시점 간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 협회 규정에 맞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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