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폭파로 '육지 국경' 긋기…NLL 무시하고 '바다 국경'까지?
입력 2024.10.16 01:00
수정 2024.10.16 01:00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
군 "남북 단절 가시화…최종쇼"
'육상 국경선' 구체화 이어
'해상 국경선' 관련 도발 가능성
'철저한 남북 분리'를 예고했던 북한이 동해선·경의선 일대 도로를 폭파하며 후속조치를 취한 가운데 향후 북한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국경선' 설정을 시사했던 북한이 육로 차단을 사실상 매듭지은 만큼, 바다에서도 관련 조치를 본격화할지 주목된다.
1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59분과 오후 12시 1분 각각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우리 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 즉 우리 지역에 K4·K6 기관총으로 20여 발의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합참 관계자는 "어마어마하게 폭파되진 않았다"며 "남북 연결을 단절하겠다는 조치를 오늘부로 가시화해서 보여준 조치"라고 말했다.
앞서 북한 총참모부(우리의 합참)은 지난 9일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을 공포한다"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전한 바 있다.
합참이 공개한 영상을 살펴보면, 경의선 폭파 지점 앞쪽으로 '안녕히 가십시오. 여기서부터는 개성시입니다. Good bye. 전방 10m'라는 도로교통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지판 뒤편으로 북한이 설치한 성긴 그물 형태의 '가림막'과 북측 표지판으로 추정되는 물체도 눈에 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요새화한다고 했는데 (폭파로) 꺼진 도로를 (중장비를 동원해) 걷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콘크리트 장벽을 도로 한쪽에 세워 막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우리 군의 대응사격과 관련해선 "북한이 MDL 일정 거리로 오면 경고방송을 하고, 일정 지점을 넘으면 경고사격을 한다"며 "더 넘었을 때 조치하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고 자위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특히 "사전 경고 없이 (북한이) 비무장 지대에서 폭파 행위를 한 것"이라며 "폭파 행위로 인한 비산물이 MDL(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상당 부분 낙하됐다. 우리 장병은 사전에 대피해 피해는 없었지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협적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폭파 행위는)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라며 "이런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아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 당시 해군사령관
북한군 작전국장 임명
"北, 대남 조치 육상에서
해상으로 확대될 전망"
군 당국은 이번 폭파 조치가 '남북 단절'을 상징하는 "최종적 쇼가 아닐까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향후 북한 시선이 바다로 옮겨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총참모부가 '주권 행사 영역과 남측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육상에 이어 해상에서도 관련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북한은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우리의 국회)를 열고 헌법 개정을 통해 '국경선'을 설정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국경선 조항 신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해상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기동·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연구원을 통해 펴낸 보고서에서 "천안함 폭침 당시 해군사령관이었던 정명도가 인민군 총참모부 제1부총참모장 겸 작전국장에 임명됐다"며 "정명도의 이력과 '출세 비결'은 '주권행사 영역' 헌법화 이후 NLL을 포함한 서해에서의 군사적 도발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 당시 해군사령관이었던 정명도는 해당 도발 이후 보름가량 만에 해군대장으로 진급했다. 같은해 발생한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쳐 2013년 4월 해군사령관에서 해임될 때까지 승승장구했다는 게 두 연구위원의 평가다.
두 사람은 "제1부총참모장은 작전국장직을 겸직한다"며 "북한이 군사 작전과 역량의 상당 부분을 대적(대남) 투쟁에 할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명도 작전국장 기용은 예사롭지 않은 인사 조치"라고 말했다.
최고인민회의 개최 직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육지에서 해상으로 발사되는 포실탄사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대남 국지도발 시나리오로 유력하게 거론돼 온 제2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설명이다.
두 연구위원은 "향후 북한의 대남 조치는 육상 조치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해상 조치로 확대될 것"이라며 "정전협정 효력이 미치는 육상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다. 정전협정 효력이 미치지 않거나 북한이 효력을 부인하는 서해상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매우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단계적 대남 조치들을 예상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우리 군은 서해 일대 도발 등을 염두에 두고 각종 전력을 공개하며 "도발 시 응징"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김여정 "韓 군부깡패들
혹독한 대가 치를 것"
한편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해 온 북한은 관련 사건의 '주범'으로 국군을 지목하며 "혹독한 대가"를 예고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한국 군부깡패들이 수도 상공을 침범하는 적대적 주권 침해 도발 행위의 주범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도발자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확보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