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의혹' 대한축구협회, 정몽규·홍명보 운명은?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입력 2024.10.02 15:28
수정 2024.10.02 16:28

문체부 감사 중간발표 “홍 감독 계약, 무효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몽규 회장 관련 규정 위반 사실 드러나, 사퇴 압박 거세질 전망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의 불공정 의혹이 짙어진 가운데 정몽규 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고, 그 결과 홍명보 감독은 물론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대한 선임과정이 모두 규정과 절차 위반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앞서 문체부는 축구협회에 대한 감독부처로서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 29일부터 △클린스만과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 △비리 축구인 기습 사면 및 철회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관련 보조금 집행 및 차입금 실행 △지도자 자격관리 △기타 운영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왔다.


최종 감사 결과는 10월 말에 공개할 예정이지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정에 대한 감사는 지난 9월 24일, 국회에서 현안질의를 진행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이번에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선임하면서 권한이 없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적으로 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면접 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등 제대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축구협회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해당 역할을 이임생 이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감사 과정에서 정 위원장은 축구협회에 이 같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술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있었다는 축구협회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문체부는 감독 면접 과정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문체부는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적 하자는 있으나 계약 무표 판단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거취에 대해서는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정몽규 회장과 축구협회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경질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이번 중간 감사 결과만으로 홍명보 감독이 스스로 물러날 리도 없어 보인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문제를 가지고 감독직을 사임할 생각이 없다. 남은 기간 우리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게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대표팀 사령탑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다만 4선을 노리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문체부는 이번 감독 선임 논란에 대한 책임으로 정몽규 회장이 정해성 전 위원장에게 외국인 후보자들을 만나고 오라고 지시한 것을 꼽았다.


실제 정 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1순위 후보인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자고 하자, 정 회장은 뒷순위였던 다른 두 외국인 감독도 직접 면접하고 오라고 지시한다.


그러자 정 위원장은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뒤를 이은 이 기술이사가 외국인 후보 면접부터 진행했다.


브리핑을 진행한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의견을) 받아들여서 그 협상(홍 감독과의 협상)을 추진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1순위 홍명보 감독 후보자부터 협상을 진행하라 했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체부는 축구협회의 독립성이 존중돼야 한다며 국민적 눈높이와 공정 상식에 맞춰 스스로 조치하라고 공을 넘겼지만 천안축구센터 국가보조금 사용 등에서 위반사항이 발견됐다며 정몽규 회장을 겨냥하고 나섰다.


최 감사관은 “정몽규 회장도 관련 정관 규정이나 국가대표 운영 규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가 진행 중인 다른 사안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10월 말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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