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동훈이 쏘아올린 '尹과 독대' 논란에 '부글부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오는 24일 독대가 무산됐다. 대통령실이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여당 지도부 만찬'을 계기로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와 관련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거절하면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며 "내일은 신임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성사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추후 협의를 하겠다"고 했다.

'만찬 전 윤 대통령·한 대표·추경호 원내대표 3인 차담회'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건 일단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독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불협화음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당정이 (만찬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계속 소통하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에 먼저 공개된 데 대해 굉장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2박 4일간의 체코 원전 순방에서 귀국하기 전날인 21일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순방 성과가 완전히 묻혔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체코에서 귀국한 바로 이튿날인) 오늘과 내일은 체코 순방 성과가 알려져야 하는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독대 논란 때문에 순방 성과가 다 묻혔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진심으로 대통령과 독대를 원했다면 대통령실과 물밑에서 조율을 했어야지 언론에 먼저 흘리는 식으로 하는 건 옳지 않다"며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대를 하면 모종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에 대한 이견은 좁히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 대표 입장에선 대통령이 독대 요청을 안 받으면 불통이라고 비판할 수 있고, 독대를 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오면 '내가 설득을 했는데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더라'고 책임을 미룰 수 있지 않느냐. 본인만 살고 상대는 죽이는 나쁜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은 이미 수시 등 입시가 시작됐기 때문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은 불가능하다고 쐐기를 박은 상태지만, 한 대표는 해당 안건도 의사 단체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독대 여부 논란으로 당정 갈등이 다시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4일 만찬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로 이렇게 감정이 상해버려서 내일 분위기가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은 당초 지난달 30일로 조율됐다가 한 차례 미뤄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추석 민심을 듣고 만나겠다"고 설명했지만,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중재안에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느낀 것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7월 이후 두 달 만에 이뤄지는 24일 만찬에는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곽규택·한지아 수석대변인,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 등 16명이 참석 대상이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요 수석들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