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쓰레기풍선 또 부양…정부는 '수거'만 집중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4.09.23 13:53
수정 2024.09.23 13:58

북한, 전날 저녁부터 120여 개 쓰레기풍선 날려

인천공항낙하로 활주로 전면 중단 등 피해 속속

접경지 주민 포함 시민들 불만 표출에도

합참 "선 넘을 경우 단호한 군사조치 시행"

23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부평구청 부근 도로에 북한 쓰레기 풍선이 떨어져 군 당국이 현장 조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으로 접경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피로감을 표출하고 있지만, 정부가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쓰레기 풍선이 도심 곳곳에 낙하하거나 화재를 일으킴에도 정부는 현재로서는 쓰레기 풍선을 '낙하 후 수거' 하는 정도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단 입장이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까지 120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추가 부양했다. 22번째 대남 풍선 도발로,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22차례에 걸쳐 총 550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날려보냈다.


쓰레기풍선은 급기야 인천국제공항에 낙하해 항공기를 멈춰세우기도 했다. 이날 오전 5시 25분쯤 공항 인근 상공에서 쓰레기 풍선 1개가 발견돼 활주로 이착륙이 전면 중단된 것이다.


북한은 당초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맞대응 차원에서 풍선을 살포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대북전단과 무관하게 수 차례 풍선을 살포하고 있다. 쓰레기풍선 내용물은 종이류·비닐·플라스틱병 등이었지만, 최근 일부 '발열 타이머'가 부착된 풍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수도권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도발 수위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쓰레기풍선의 잦은 살포와 화재 발생 등으로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특히 접경지 지역 주민들은 북한의 최근 대남 확성기로 방출하는 소음까지 더해져 더 큰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을 향해 "북한이 어떤 의도로 쓰레기풍선을 보내든 이를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북한이 아직 '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쓰레기풍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본 것이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쓰레기풍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선을 넘는 기준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엔 "명확한 선은 지금 말하기 곤란하다"며 "최근 하이브리드전이나 회색지대 도발의 경우 어떤 주체를 확인하거나 그 피해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 적용되는 조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생명에 위해가 있는 상황은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보고, 군사적인 조치를 추가로 할 만한 사안은 없었다"며 "북한은 다량으로 쓰레기풍선을 날리면서 기술 축적이나 경험을 쌓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대남 풍선의 '낙하 후 수거' 방식을 유지하겠단 계획이다. 공중에서 격추를 할 경우 예상치 못한 위해물질이 확산돼 우리 국민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실장은 "북한의 쓰레기풍선으로 인해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북한의 쓰레기풍선을 근절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은 '적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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